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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비명
오태환
내가 눈으로 세상을 탕진한 것은 희미한 노을 몇 잎 뿐이었고
내가 귀로 세상을 탕진한 것은 궂은 빗소리 몇 마디뿐이었고
내가 입으로 세상을 탕진한 것은 쓴 소주 몇 잔뿐이었고
내가 손으로 세상을 탕진한 것은 부질없는 시詩 몇 줄뿐이었는데
세상이 한번 나를 탕진하니 이렇듯 되고 말았다.
(『서울 지하철 시』. 2호선 선릉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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