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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산
곽효환
여름에 지친 초록들이
서늘한 바람을 부르는
텅 빈 산
뱀 한 마리
맑은 계곡물을 거슬러 오른다
삼각의 머리를 반쯤 물 밖에 내어놓고
온몸을 좌우로 구부려 흔들며
역행하는 힘찬 유선의 유영
어디로 가시는가
물안개 그득한 호수
반쯤 몸을 담근 왕버드나무가
듬성듬성 거리를 두고 이룬
나무들의 섬, 섬들
누구를 기다리는가
빈 하늘에 뭉게구름
잔영이 되어 고인
좀처럼 지워지지 않는 숨은 그리움
비어 있는가 혹은 늦지 않았는가
바위채송화 솔나리 굴참나무 굴피나무 망개나무
아직 아름다운데
―시집 『지도에 없는 집』 (문학과지성사,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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