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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를 찾아서 - 정희성 / 이시영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14. 9. 12. 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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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를 찾아서


정희성

  


말이 곧 절이라는 뜻일까
말씀으로 절을 짓는다는 뜻일까
지금까지 시를 써오면서 시가 무엇인지
시로써 무엇을 이룰지
깊이 생각해볼 틈도 없이
헤매어 여기까지 왔다
경기도 양주군 회암사엔
절 없이 절터만 남아 있고
강원도 어성전 명주사에는
절은 있어도 시는 보이지 않았다
한여름 뜨락에 발돋움한 상사화
꽃대궁만 있고 잎은 보이지 않았다
한줄기에 나서도
잎이 꽃을 만나지 못하고
꽃이 잎을 만나지 못한다는 상사화
아마도 시는 닿을 수 없는 그리움인 게라고
보고 싶어도 볼 수 없는 마음인 게라고
끝없이 저잣거리 걷고 있을 우바이
그 고운 사람을 생각했다

 

 

 

―시집『시를 찾아서』(창작과비평사,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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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를 찾아서

 
이시영

 

 

벼랑에서 한발 더 성큼 내딛다가 하늘 허공에 아스라 이 걸린 심허사(心虛寺) 한 채,

내 오늘은 반드시 그 절을 찾아 저 짙푸른 태산준령을 넘어야겠다.

 

 

 
―시집『우리의 죽은 자들을 위해』(창비, 2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