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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장석주 - 카톡 좋은 시 152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15. 7. 28.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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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톡 좋은 시 152   

 

  장석주

 

  귀 떨어진 개다리 소반 위에

  밥 한 그릇 받아놓고 생각한다.

  사람은 왜 밥을 먹는가.

  살려고 먹는다면 왜 사는가.

  한 그릇의 더운 밥을 먹기 위하여

  나는 몇 번이나 죄를 짓고

  몇 번이나 자신을 속였는가.

  밥 한 그릇의 사슬에 매달려 있는 목숨

  나는 굽히고 싶지 않은 머리를 조아리고

  마음에 없는 말을 지껄이고

  가고 싶지 않은 곳에 발을 들여 놓고

  잡고 싶지 않은 손을 잡고

  정작 해야 할 말을 숨겼으며

  가고 싶은 곳을 가지 못했으며

  잡고 싶은 손을 잡지 못했다.

  나는 왜 밥을 먹는가, 오늘

  다시 생각하며 내가 마땅히

  했어야 할 양심의 말들을

  파기하고 또는 목구멍 속에 가두고

  그 대가로 받았던 몇 번의 끼니에 대하여

  부끄러워 한다. 밥 한 그릇 앞에 놓고, 아아

  나는 가롯 유다가 되지 않기 위하여

  기도한다. 밥 한 그릇에

  나를 팔지 않기 위하여 

 

시집어둠에 바친다(청하, 1995)

 

 

 

 

 

장석주

 

 

귀 떨어진 개다리 소반 위에

밥 한 그릇 받아놓고 생각한다.

사람은 왜 밥을 먹는가.

살려고 먹는다면 왜 사는가.

한 그릇의 더운 밥을 먹기 위하여

나는 몇 번이나 죄를 짓고

몇 번이나 자신을 속였는가.

밥 한 그릇의 사슬에 매달려 있는 목숨

나는 굽히고 싶지 않은 머리를 조아리고

마음에 없는 말을 지껄이고

가고 싶지 않은 곳에 발을 들여 놓고

잡고 싶지 않은 손을 잡고

정작 해야 할 말을 숨겼으며

가고 싶은 곳을 가지 못했으며

잡고 싶은 손을 잡지 못했다.

나는 왜 밥을 먹는가, 오늘

다시 생각하며 내가 마땅히

했어야 할 양심의 말들을

파기하고 또는 목구멍 속에 가두고

그 대가로 받았던 몇 번의 끼니에 대하여

부끄러워 한다. 밥 한 그릇 앞에 놓고, 아아

나는 가롯 유다가 되지 않기 위하여

기도한다. 밥 한 그릇에

나를 팔지 않기 위하여.

 

 

 

시집어둠에 바친다(청하, 19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