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九節草/박용래 카톡 좋은 시 182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15. 9. 7.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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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톡 좋은 시 182

            九節草

            박용래 


            누이야 가을이 오는 길목 구절초 매디매디 나부끼는 사랑아
            내 고장 부소산 기슭에 지천으로 피는 사랑아
            뿌리를 대려서 약으로도 먹던 기억
            여학생이 부르면 마아가렛
            여름모자 차양이 숨었는 꽃
            단추 구멍에 달아도 머리핀 대신 꽂아도 좋을 사랑아
            여우가 우는 秋分 도깨비불이 스러진 자리에 피는 사랑아
            누이야 가을이 오는 길목 매디매디 눈물 비친 사랑아

              

             

            -시집『백발의 꽃대궁』(문학예술사, 1980)   


           

          九節草

           

          박용래 

           


          누이야 가을이 오는 길목 구절초 매디매디 나부끼는 사랑아
          내 고장 부소산 기슭에 지천으로 피는 사랑아
          뿌리를 대려서 약으로도 먹던 기억
          여학생이 부르면 마아가렛
          여름모자 차양이 숨었는 꽃
          단추 구멍에 달아도 머리핀 대신 꽂아도 좋을 사랑아
          여우가 우는 秋分 도깨비불이 스러진 자리에 피는 사랑아
          누이야 가을이 오는 길목 매디매디 눈물 비친 사랑아

           

           

           

          시집『백발의 꽃대궁』(문학예술사, 19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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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문에 기대어

           

          송수권

           

           

          누이야
          가을산 그리메에 빠진 눈썹 두어 날을
          지금도 살아서 보는가
          정정한 눈물 돌로 눌러 죽이고
          그 눈물 끝을 따라가면
          즈믄 밤의 강이 일어서던 것을
          그 강물 깊이깊이 가라앉은 고뇌를 말씀들
          돌로 살아서 반짝여오던 것을
          더러는 물속에서 튀는 물고기같이
          살아오던 것을
          그리고 산다화(山茶花) 한 가지 꺾어 스스럼없이
          건네이던 것을


          누이야 지금도 살아서 보는가
          가을산 그리메에 빠져 떠돌던, 그 눈썹 두어 날
          을 기러기가
          강물에 부리고 가는 것을
          내 한 잔은 마시고 한 잔은 비워두고
          더러는 잎새에 살아서 튀는 물방울같이
          그렇게 만나는 것을

           

          누이야 아는가
          가을산 그리메에 빠져 떠돌던
          눈썹 두어 날이
          지금 이 못물 속에 비쳐옴을

           

           

           

          (『산문에 기대어)』. 문학과지성사. 1980)

          최동호 신범순 정과리 이광호 엮음문학과지성사 한국문학선집 19002000(문학과지성사, 2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