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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엽서/김성덕 - 카톡 좋은 시 274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16. 4. 20.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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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톡 좋은 시 274


   4월 엽서/김성덕

 

   봄빛 그윽한 각연사 앞뜰

   늙은 보리수나무에 굴집을 짓고 있는

   오색딱따구리 한 마리

   딱, ,

   젊은 스님의 목탁소리 행간에 몰래 숨어

   능청스레 암컷을 부르다가

   순간, 부리를 세워 숨을 멈춘다

 

   색즉시공 공즉시색

 

   대웅전 추녀에 베여 동강난 고요가

   댓돌 양기를 지그시 밟고 있는

   하얀 고무신 안으로 똑, , 똑 

   떨어지고 있다

 

   ―시집동산바치의 사랑(현대시문학, 2007)

 



4월 엽서


김성덕


 

봄빛 그윽한 각연사 앞뜰

늙은 보리수나무에 굴집을 짓고 있는

오색딱따구리 한 마리

, ,

젊은 스님의 목탁소리 행간에 몰래 숨어

능청스레 암컷을 부르다가

순간, 부리를 세워 숨을 멈춘다

 

색즉시공 공즉시색 

 

대웅전 추녀에 베여 동강난 고요가

댓돌 양기를 지그시 밟고 있는

하얀 고무신 안으로 똑, ,

떨어지고 있다

    


 

시집동산바치의 사랑(현대시문학, 2007)



色卽是空 空卽是色 : 반야심경에 나오는 말로, 형상은 일시적인 모습일 뿐 실체가 없으며 실체를 갖지 않아도 형상이 있다는 의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