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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광임 시인이 읽어주는 디카시 11] 저 집/최광임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16. 9. 8.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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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광임 시인이 읽어주는 디카시]내 유년의 집이 거기 있다

<11> ‘저 집’, 최광임(1967년~ )

머니투데이 최광임 시인·대학강사 |입력 : 2014.09.12 09:30|조회 : 6131

편집자주디카시란 디지털 시대, SNS 소통환경에서 누구나 창작하고 향유할 수 있는 새로운 詩놀이이다. 언어예술을 넘어 멀티언어예술로서 시의 언어 카테고리를 확장한 것이다. 자연이나 사물에서 시적 감흥(정서적 반응)을 일으키는 형상을 디지털카메라로 포착하고 그것이 전하는 메시지를 다시 문자로 재현하면 된다. 즉 ‘영상+문자(5행 이내)’가 반반씩 어우러질 때, 완성된 한 편의 디카시가 된다. 이러한 디카시는, 오늘날 시가 난해하다는 이유로 대중으로부터 멀어진 현대시와 독자 간 교량 역할을 함으로써 대중의 문화 향유 욕구를 충족시키에 충분하다.
[최광임 시인이 읽어주는 디카시]내 유년의 집이 거기 있다
지난 토요일 고향 변산엘 다녀왔다. 지금은 아무도 살지 않아 반겨주는 이 하나 없는 데도 나는 자꾸 변산에 가곤 한다. 그곳엔 아직도 젊은 내 엄마와 어린 오라비와 천방지축 뛰어노는 철부지 내가 살고 있는 탓이다. 집 뒤안엔 달빛에 익어가던 단감나무가 있고 가을 햇살에 저절로 붉게 벌어지던 늙은 석류나무 있다. 밤이면 변산 앞바다의 밀물들이 밀려와 마당 한켠을 휘돌다 컹컹 짖어대는 메리의 소리에 화들짝 놀라 썰물이 지기도 한다. 정오도 채 되지 않아 술에 취한 아버지가 고래고래 나를 불러대고 나는 아버지 심부름을 피해 강아지처럼 마악 탱자나무 울타리 아래로 기어 나오기도 하는 곳, 내 유년의 집이 거기 있기 때문이다. 아직 살아계신 엄마가 감사하듯 저 겉모습만으로도 가고 또 가도 늘 그리운 내 집이 거기 있기 때문이다.




[최광임 시인이 읽어주는 디카시]내 유년의 집이 거기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