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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관료
김남주
관료에게는 주인이 따로 없다!
봉급을 주는 사람이 그 주인이다!
개에게 개밥을 주는 사람이 그 주인이듯
일제 말기에 그는 면서기로 채용되었다
남달리 매사에 근면했기 때문이다
미군정 시기에 그는 군주사로 승진했다
남달리 매사에 정직했기 때문이다
자유당 시절에 그는 도청과장이 되었다
남달리 매사에 성실했기 때문이다
공화당 시절에 그는 서기관이 되었다
남달리 매사에 공정했기 때문이다
민정당 시절에 그는 청백리상을 받았다
반평생을 국가에 충성하고국민에게 봉사했기 때문이다
나는 확신하는 바이다
아프리칸가 어디에서 식인종이 쳐들어와서
우리나라를 지배한다 하더라도
한결같이 그는 관리생활을 계속할 것이다
국가에는 충성을 국민에게는 봉사를 일념으로 삼아
근면하고 성실하게!
성실하고 공정하게!
―시집『조국은 하나다』(남풍신서, 1988)
관료
김성규
저들을 어떻게 살릴까요
회의가 시작되었다
굶주린 자들을 살리기 위해
굶주린 자들이 죽을 때까지
토론하는 자리
토론이 끝나면
다시 회의가 시작된다
저들을 어떻게 매장할까요
―계간『詩로 여는 세상』 (2014년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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