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박성우
끈적끈적한 햇살이
어머니 등에 다닥다닥 붙어
물엿인 듯 땀을 고아내고 있었어요
막둥이인 내가 다니는 대학의
청소부인 어머니는 일요일이었던 그날
미륵산에 놀러 가신다며 도시락을 싸셨는데
웬일인지 인문대 앞 덩굴장미 화단에 접혀 있었어요
가시에 찔린 애벌레처럼 꿈틀꿈틀
엉덩이 들썩이며 잡풀을 뽑고 있었어요
앞으로 고꾸라질 것 같은 어머니,
지탱시키려는 듯
호미는 중심을 분주히 옮기고 있었어요
날카로운 호밋날이
코옥콕 내 정수리를 파먹었어요
어머니 미륵산에서 하루죙일 뭐허고 놀았습디요
뭐허고 놀긴 이놈아, 수박이랑 깨먹고 오지게 놀았지
-시집『거미』(창비,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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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어머니도 위의 시와 별반 다른 게 없어서 어머니를 생각하면 늘 가슴 한구석에 자리한 애틋한 마음이 일어나곤 한다. 내 어머니 뿐 아니라 우리시대의 어머니가 다 그러하였기에 어머니는 사랑하는 애인이었고 연인이었으며 연민의 그림자였다. 마누라와 대판 싸움을 하면서까지 편들고 싶고 불러만 봐도 울컥 목이 메는 그리움의 대상이었다.
그러다가 문득 내 아들은 나중에 어머니를 어떤 선민의식으로 기억을 할까 생각을 해본다. 피시방 가지 마라, 컴퓨터 하지 마라, 학원가라, 공부해라 하면서 자식주위를 헬리콥터 돌듯이 뱅뱅 돌며 갖은소리를 하는 어머니를 어떤 감동으로 기억을 할까. 자유를 너무 구속하지 말라고 옆에서 거들기는 하지만 어머니에게 있어 자식(아들) 은 또 하나의 자신의 새로운 연인은 아닌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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