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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속의 봄
김완하
골목에는 아무도 없었다
개 한 마리 웅크려
고독한 제 잠속을 뒤적거릴 뿐,
어디 사람의 인기척이라곤 없었다
담장 위로는 목련이 목을 빼
꽃잎을 틔우다가 잠시
쉬는 사이,
개의 잠속을 들여다보았다
구름도 따라 멈추어 서서는
한동안 골목 안을 내려다보며
개의 잠속을 엿보는 목련의
뒷모습을 멀찍이 내려다보고 있었다
―계간『시와소금』(2012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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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 속의 풍경
김완하
오후는 낯모르는 바람을 안고 갔다
길을 벗어 잠시 문밖으로 열어두면
상가에서 솟아나는 풍경의 마음 한 자락
불면의 눈동자 누군가를 생각하는 어둠이 온다
길가에 이팝나무들 서로의 옷깃을 여며준다
어깨의 힘으로 지고 서있는 하늘의 별들
어둠의 실로 짜 올린 밤의 천 위에 수를 놓았다
골목길에도 꽃의 시력(視力)으로 견디어내면
음영처럼 떠오르는 그대의 실루엣
별들은 수북한 꽃다발로 무리지어 피어난다
-계간『시산맥』( 2018년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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