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체국 가는 길
나영애
정다운 님체취가
녹아 있는 것 같은
우체국 가는 길
육차선 달리는 타이어노래
가로수는 차양 치고
쉬어가란다
페츄니아, 색색이빙그래 웃고
옷섶 안으로 든 살살이바람
긴 나무 의자 빼준다
안개 낀 듯 아득한 젖빛 허공
꿀비떨어질 것 같은
우체국 가는 길
밤낮 좋은 말 찾아 빚은
100여편 연서로 채운
나의고백한 권 들고
우체국 가는 이길
다시걸어보았으면
받아 읽을 사람 있었으면
ㅡ월간『우리詩』(2017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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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체국 가는 길
전다형
봉투의 주둥이를 입으로 훅 분다 추신으로 눈이 새까만 채송화 꽃씨를 함께 넣는다 만삭의 봉투가 뒤뚱, 봄 벚꽃길 열고 네거리 우체국 간다 나냐너녀 노뇨누뉴 왕벚꽃 말문 트는 돌담을 따라 시옷이응 지지배배 초등학교 담장을 지나 두근두근 사랑의 능선을 돌아 붉은 우체통 기다리는 소박한 우체국으로 들어선다
앉은뱅이저울이 벌떡 일어나 눈이 까만 채송화 꽃씨를 안아 올린다 그립다 사랑한다 씨알 굵은 고백은 아껴두고 사랑의 변죽만 울렸던가 꽃대궁에 올라앉은 잠자리가 부드러운 날개를 사뿐 접는다 날아가듯 저울 눈금이 요동친다 꽃씨가 꽃대의 거리를 재는지 발가락이 허공을 툭툭 찬다 발뼘을 잰다 봉함엽서 봉투의 솔기가 자꾸 터진다
휘파람새 한 마리 푸드덕 붉은 마음을 물고 날아간 그곳, 추신으로 넣은 채송화 꽃씨가 속닥속닥 꽃말을 터뜨린다 하얀 치아를 활짝 드러내고 깔깔 쏟아놓을 비단길, 중년의 아낙이 연초록 설레임을 펼쳐 읽는다 그곳에는 활짝! 만개한 주름들도 다 핀다
―웹진『시인광장』( 2011년 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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