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의 눈물
김백겸
햇빛이 시든 해바라기 꽃잎처럼 노래지는 오후
스포츠 색에 스마트폰을 넣고 블루투스 이어폰을 귀에 꽃은 채 산책을 나간다
이난영의 「목포의 눈물」을 듣는다
과거에 뽕짝이라고 경멸했던 노래
어느새 옛 가수의 비음鼻音과 선술집 작부의 젓가락 장단 같은 트로트가 달콤한 나이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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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기타를 치는 고3 수학교사 딸에게 “이 가수의 슬픈 음색이 기가 막히지 않냐?”고 동의를 구했더니
“에이, 저런 곡을 어떻게 들어요, 아빠 귀가 늙으셨어요.”하며 타박을 주었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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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은 수학적 추상의 대위代位와 화성和聲때문에 훈련받은 감성만 접근이 가능하다
한 때는 마이너레이블의 음반 재고를 찾아 인터넷을 방황한 컬렉터였지만
음반 속의 스타인웨이와 훔멜과 삼익의 피아노 음색을 구별할 수 있었을 때 음악을 놓아버렸지
손가락사이로 빠져나가는 부富를 물끄러미 바라보는 노년의 파산자처럼
과거에 시골버스 운전사가 틀어놓은「가요반세기」에서 목적지까지 간신히 참고 들었던 노래
내가 딸아이만한 나이였다면
똑같이 말했을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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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년간『이문』(2018년 상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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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년.10
하종오
중랑천 천변 동네엔 집집마다
반지하에 공장이 있었다
봉제공장 가방공장 편물공장 프레스공장
반지하공장마다 낮에도 알전구를 켜놓았다
아이를 유모차에 태워 중랑천 둑을 걸으면
반짝이는 물빛보다 환한 알전구 불빛에
절로 고개 돌려져 오래 내려다보다가
셋방으로 돌아와 형광등을 켜고
방바닥에 엎드려 읽다가 만 책을 다시 읽었다
말년에 시골 동네에 집을 지어 지내며
삼파장 스탠드를 켜놓고 책을 읽다가
문득 눈 감으면 떠오르는 아스라한 젊은 날,
중랑천 천변 동네 반지하공장 알전구 불빛 아래서
머릿수건을 하고 미싱 돌리던 옆모습들,
말년에 어디서 어떤 전등을 켜며 저녁을 맞을까
중랑천 둑에서 유모차를 탔던 아이는
이제는 제 아기를 키우는 어른이 되어
중랑천 천변 동네 반지하공장 알전구 불빛 아래서
당시 만들어진 제품이 수출되었던
이국의 강변 동네에 가 살면서
가등이 아름다운 강변길에서
유모차를 밀며 산책한다고 한다
―계간『시산맥』(2018년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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