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읽고 -수필

약속/천상병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18. 11. 24. 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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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
 

천상병

 

 

한 그루의 나무도 없이
서러운 길 위에서
무엇으로 내가 서 있는가


새로운 길도 아닌
먼 길
이 길은 가도가도 황토길인데


노을과 같이
내일과 같이
필연코 내가 무엇을 기다리고 있다.

 

 


―시선집『천상병 전집』(평민사, 2007)



  중국에서는 약속 또는 신의의 표상으로 애인을 기다리는 대표적인 인물로 미생이 이야기가 있다고 한다. 미생은 중국 노나라 사람으로 어느 날 사랑하는 여자와 다리 아래에서 만나자는 약속을 했다. 그러나 기다려도, 기다려도 여자는 오지 않았다고 한다. 오지 않는 여자를 믿음으로 계속해서 기다리고 있는데 갑자기 작달비가 내려 개울물이 넘치기 시작했다. 그래도 미생은 그 자리를 떠나지 않고 약속을 지키기 위해 다리 기둥에 올라가 기다리다가 결국은 물에 휩쓸려 죽었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미생지신(尾生之信) 이라는 고사성어가 생겨났다고 한다. 이 이야기는 상반된 의미를 가지고 있다. 하나는 신의가 두터워 신의로서 도리로 다한 사람의 본보기의 표상으로, 또 하나는 명분에 묶여 융통성이 없고 원칙에 얽매여 생명을 소중히 하지 않는 버려야할 고지식한 교훈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사람이 살아가는데 약속만큼은 지켜야한다는 아름다운 이야기가 아닌가 한다.



천상병 대표작 4편- 약속 / 새 / 귀천 -주일(主日) / 나의 가난은 

http://blog.daum.net/threehornmountain/137503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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