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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월 저녁/이상국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18. 12. 16. 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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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월 저녁

 

이상국 

 

 

아내의 생일을 잊어버린 죄로

나는 나에게 벌주를 내렸다

 

동네 식당에 가서

등심 몇 점을 불판에 올려놓고

비장하게

 

맥주 두 병에

소주 한 병을 반성적으로

그러나 풍류적으로 섞어 마시며

아내를 건너다보았다

 

그이도 연기와 소음 저 너머에서

희미하게 나를 바라보고 있었는데

더 이상 이승에서는

데리고 살고 싶지 않다는 표정이

역력했다

 

 

 -계간:든 시』(2018년 겨울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