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유월 저녁
이상국
아내의 생일을 잊어버린 죄로
나는 나에게 벌주를 내렸다
동네 식당에 가서
등심 몇 점을 불판에 올려놓고
비장하게
맥주 두 병에
소주 한 병을 반성적으로
그러나 풍류적으로 섞어 마시며
아내를 건너다보았다
그이도 연기와 소음 저 너머에서
희미하게 나를 바라보고 있었는데
더 이상 이승에서는
데리고 살고 싶지 않다는 표정이
역력했다
-계간『모:든 시』(2018년 겨울호)
'<시 읽기·우리말·문학자료> > 모음 시♠비교 시♠같은 제목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해남길, 저녁/이문재 -해남으로 보내는 편지/박준 (0) | 2018.12.29 |
---|---|
신순말 -봄날은 간다 3 외 6편 (0) | 2018.12.21 |
언덕 위의 집 -정희성/서영처 (0) | 2018.12.14 |
첫눈 시 모음 -김용화/곽재구/이원규/김진경/이현우/이진엽/이화은/박성우...외 (0) | 2018.11.24 |
우체국 가는 길 -나영애/전다형 (0) | 2018.11.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