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박죽을 쑤며
나근희
잘했다 썩을 놈
시골에서 올라온 엄마가 두고 간 늙은 호박
방구석에 틀어박혀 좀처럼 눈에 띄지 않다가
뒤늦은 엄마의 전화를 받고서야
배를 가른다
숟가락으로 속을 파내어 호박죽을 끓인다
부글부글 잘도 끓는다
엄마 속이
썩어문드러지는 소리 같다
―시집『즐거운 추방』(문학의전당,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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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박죽 끓이는 날
이은
거실 한 귀퉁이에 엉덩이를 깔고 앉아있는
호박이 있다
발톱으로 넝쿨을 잡고 있는 손이 있다
풀숲에 숨어들어가 바지를 내린
늙은 여자의 엉덩이가 있다
어머니를 목욕시키는 날
물컹한 자궁에 가을이 들어 단내가 난다
혼자 입지도 벗지도 못하는 어머니가
똥 싼 아랫도리를 물끄러미 내려다본다
꽃무늬 팬티를 벗기고 아랫도리를 씻긴다
벌린 가랑이가 한숨을 쏟아낸다
민구해서 고개를 돌린 어머니를 부등켜안고
오목항아리 닦듯이 씻긴다
치골 근처에서 자라 오른 질긴 꽃순이 만져진다
음모 몇 가닥이 만져진다
어머니는 호박죽처럼 순해졌다
모을 더듬거리는 손을 꽉 움켜잡으며
어머니가 흥얼거린다
아버지가 호박밭에 거름을 져다나르며
흥얼거리던 노래를 따라부른다
가가 가다가 고고 고기를 잡아 구구 국을 끓여
나나 나도 먹고 너너 너도 먹고
―시집『불쥐』(지혜사랑,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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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은 호박
송찬호
지난여름, 앰뷸런스에 실려 간 옆집 노인은
끝내 돌아오지 않았다
노인이 심은 호박도 넓게 넝쿨을 뻗지 못하고 시들었다
다만, 멀리서 소식 없는 한 점 혈육 같은,
담장에 매달린 호박 한 덩이만 애호박에서 늙은 호박으로
―『최광임 시인이 읽어주는 디카시 31』(머니투데이, 2014년 11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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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박 그 자체
김광규
뒷산에서 자란 호박 덩굴이 옆집
담을 넘어 들어오더니 밤나무를 타고 올라가
나뭇가지 끝에 연두색 호박을 매달아 놓았다
호박은 공중에서 하루하루가 다르게 커졌다
밖에서 담을 넘어 들어왔으니
옆집에서 심은 것은 아니지…
그러니까 긴 골프우산 손잡이를 담 너머로 뻗쳐서
호박을 끌어다가 따 먹을 수도 있는 거야
하지만 누구에게 들키지 않는다 해도
시쳇말로 다툼의 여지는 있겠지 이를테면
옆집 영감이 투덜거리는 소리를 피할 수 없을 걸
요즘도 호박 도둑이 있는 모양이여…
늦장마 지나가고 매미와 풀벌레 소리 요란한
오늘도 옆집 밤나무 가지에 매달린 호박을
바라본다 따먹고 싶은 욕심일랑 몽땅 버리고
짙푸르게 익어가는 호박 그 자체만 바라볼 수는 없을까
가을이 가버리기 전에 그렇게 될 수 있을까
―계간『시와 시학』(2019년 가을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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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박오가리
복효근
여든일곱 그러니까 작년에
어머니가 삐져 말려주신 호박고지
비닐봉지에 넣어 매달아놨더니
벌레가 반 넘게 먹었다
벌레 똥 수북하고
나방이 벌써 분분하다
벌레가 남긴 그것을
물에 불려 조물조물 낱낱이 씻어
들깻물 받아 다진 마늘 넣고
짜글짜글 졸였다
꼬소름하고 들큰하고 보드라운 이것을
맛있게 먹고
어머니께도 갖다 드리자
그러면
벌레랑 나눠 먹은 것도 칭찬하시며
안 버리고 먹었다고 대견해하시며
내년에도 또 호박고지 만들어주시려
안 돌아가실지도 모른다
ㅡ시집『따뜻한 외면』 (실천문학사,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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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박꽃 엄마
유순예
고추밭 가상
호박꽃 엄마
환하게
웃고 있네
잔가시들 재운 몸으로
노란 꽃등 켜놓고
새끼들 앉을 자리
치우고 있네
엄마, 난 언제 커?
치마폭이 안고 있던
애동대동한
애호박이 말문을 여네
쉬잇, 도둑 들라!
호박꽃 엄마
노란 꽃등을 끄며
치마폭에
새끼들을 숨기네
-시집『호박꽃 엄마』(푸른사상,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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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은 호박은 덩치만큼 무겁지 않다
유승도
내 머리 두세 배는 됨직한, 누렇게 익은 호박을 따서 품에 않으니 생각보단 가볍다 안이 텅 빈 느낌이다 바짝 긴장했던 팔에서 힘을 빼고 집안으로 옮겼다
이 거 옮기려면 힘 꽤나 써야겠다고 생각했었다 늙는다는 건 가벼워진다는 것이란 걸 알지 못했다 언제라도 어디로라도 훨훨 떠난 준비를 마친 몸
잘 늙은 호박이 전해 주는 뜻을 마음에 새기며 방에 자리를 잡아 앉히고 바라보니 이제는 볼 수 없는 사람들의 얼굴이 떠오른다 가볍게 떠나간 사람들
―시집『딱따구리가 아침을 열다』(고요아침,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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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박에게 손을 준다는 것
안상학
한 구덩이
세 포기 호박이 길을 간다
서로 싸우지 않고 뿔뿔이
삼각형 꼭짓점을 향해 가듯, 정확하게
한 포기는 언덕을 오르고
한 포기는 두둑을 기어가고
한 포기는 한사코 고추밭으로 약진한다
자연스럽다만 어쩌랴
고추밭 넝쿨을 언덕 넝쿨 옆에 슬쩍 끼워 넣는다
이내 우왕좌왕하는 두 줄기
호박에게 손을 준다는 건
장정 한 키 참나무 가지를 잘라 누이고
넝쿨을 얹어준다는 것
참나무가 손이 되어
새로 생기는 호박 손 하나하나 부여잡고
길을 일러준다는 것
길이란 이런 것이다
길이란 이런 것이다
이내 푸르고 너르게 길을 찾는 호박 넝쿨
누가 누구에게 손을 준다는 건
누가 누구의 손을 잡는다는 건
저렇게 은밀해야 한다는 듯
꼭 잡은 손 가린 잎들의 시치미가 넉넉하다
ㅡ시집 『그 사람은 돌아오고 나는 거기 없었네』(실천문학사,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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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둥호박 속에 하느님이 산다
복효근
누렇게 늙은 청둥호박을 땄다
줄기에서 떨어진 자리에
한동안 진물이 흐른다
다 늙도록 젖을 먹이다 떼어놓은
저도 결별이 아쉬웠을 것이다
그러니까 저 시드는 호박 넌출은
호박의 탯줄인 셈인데
뉘 집 아들과 같은 호박을
안거나 머리에 이거나
두 팔로 안아 들지 않을 수 없는 까닭이 그것이다
거실 한쪽에 놓고 겨울을 나자니
우수 지날 무렵 호박 밑둥에 물이 고였다
물러져 무너지기 시작한 아, 거기
새끼 붕어 같은 한 됫박 호박씨가
욜랑욜랑 양수를 헤엄치듯 박혀 있다
그러니 이것들은
왔던 곳으로 다시 돌려보내지 아니할 수 있나
옛 호박 구덩이 자리에
군데군데 호박씨를 묻고 온 날
그런 나를 굽어다 보며 웃는 푸른 낮달에
합장하고서 하느님, 부를 뻔하였다
―시집『마늘촛불』(애지,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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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은 호박
장병훈
자기 속을 긁어 내고, 내 안으로 들어온다
어둡던 동굴 속, 환한 불이 켜진다
제 몸을 다 퍼준 속이 경전 속 말씀보다 향기롭다
제 몸을 다 내 준 껍질이 절집보다 깊다
-시집『붉다』(황금우물,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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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박
아버지학교 12
이정록
식솔을 위해서라면
호박씨처럼 똥구덩이에 몸 담그는,
나는야 커다란 황금빛 호박꽃이다.
새끼들 으스대라고 모양만은 왕별 호박꽃,
독침도 없이 붕붕 소리만 요란한 호박벌이다.
어느새 너희 머리통은 야자수 열매처럼 단단해져
늙은 호박처럼 텅 빈 아버지를 수군거린다만
끝내는 호박고지, 황금빛 목걸이라도 건네고 싶었다.
한겨울 살구나무는 붉은 우듬지를 올려다본다.
넌출거리는 마른 호박덩굴 쳐다본다.
아버지는 호박처럼 묵직한 걸 건네고 싶었다.
여린 잎에 호박순까지 끊어 바치는 게 좋았다.
허공을 짚고 오르는 덩굴손을 보여주고 싶었다.
똥구덩이에 빠져도 기죽지 마라.
겨우내 사랑방 윗목을 지키는
누런 호박의 가부좌를 보아라.
ㅡ시집『아버지 학교』(열림원,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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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박잎을 따러 와서
장철문
싸리비로 쓸듯이 저렇게 또 다시
하늘을 쓸어놓으셨구나
간 여름에는
물방울이란 물방울은 모두 빨아올려서
푸른 산마루에
뭉실뭉실 적란운으로 들어올려서는
그 밑동가리를 터쳐 소나기를 내리더니
지금은 또 저렇게 정갈하게 쓸어놓으셨구나
저렇게 하시는 것 말고는
도무지 다른 뜻이 없으셔서
햇볕을 기우듬히 뉘어
나락을 익히시고
호박잎에 맛이 들게 하셨으니
나는 호박잎을 따러 와서
가을볕에 고추를 꺼내놓고 오줌을 눈다
이것 참,
울타리에 작대기를 받치고 서 있는데
어느새 옆에다가 쑥부쟁이를 말갛게 피워놓으셨구나
참 이렇게
꽃피는 것 말고는 뜻이 없으셔서
오줌을 누면서도 좋구나
나도 오줌을 눌 때는
오줌 누는 것 말고는 염두에 두지 말아야겠는데,
호박잎을 따다가
오줌 누고
오줌 누다가 꽃 보고
꽃 보다가는
이런! 또 시를 쓰고 있구나
―월간『유심』(2013년 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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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은 호박
송반달
가을 담, 그 독백 편.
삐걱거리는 무릎관절 고장 난 걸음
노란 어둠 기다려 노랗게 차려 입고
너덜거리는 그리움 양지바르게 손질하는
늙은 호박 있다.
기우는 석양과 노란 어둠 사이
그간 떨어지지 않고 잘 붙어있을까.
모처럼 안부 물어 고추바람 불어오면
벗은 발로 얼싸 맞아 그 바람 자식 삼고서
그렁그렁 말동무하는 늙은 호박.
“어서 어둠이거라, 어서어서 노란 어둠.”
그 말 다 들어주면 곰곰
다 기운 석양과 곧 노란 어둠 사이
혹이여! 혹!
하릴없이 붙어 있는 혹 덩어리
덩굴손 그만 놓고 떨어져야 한다고
석양이 낙엽 한 잎에 실려 일몰의 집 가면
너덜너덜한 그리움 양지바르게 손질해 둔
그 담 벼랑에 둥근 노란 어둠을 낳는
늙은 호박 말이다.
내일 일출이여, 노란 어둠을 부탁한다.
—『시와 환상』(2011년,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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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박 넝쿨
임 윤
고동색 가을이 바지랑대에 걸려 버석거리는 옥탑, 부도난 생의 자락을 붙들고 저물어가는 하늘만 바라보았다 미닫이문 반쯤 열고 폐암 말기의 아버지가 허공에 노을을 토해내신다
한순간 뿌리째 뽑힐 위태한 생, 고무 대야에 모종한 호박 넝쿨이 바람이라도 붙잡으려 넝쿨손을 연신 허우적댔다 지탱할 나무 한 그루, 든든히 뿌리내릴 땅 한 평 없는 옥탑, 외벽을 타 넘어간 넝쿨손은 뻗으면 뻗을수록 바닥으로 추락했다 한 방울 수분이라도 빨아올리려는 말라비틀어진 줄기, 지상에 뿌리내리기엔 만추의 노을이라도 붙잡아두고 싶었을까 검버섯 핀 손바닥을 저녁 햇살 아래 덕지덕지 내려놓았다 피다가 만 호박꽃은 얇아진 가을빛에 시든 얼굴을 떨어뜨렸다
넝쿨이라도 붙들고 싶었을 바튼기침 소리, 박명이 덮친 옥탑에 마지막 노을 한 폭 선명하게 남기신 아버지는 끝내 지상으로 내려가셨다
―시집『레닌 공원이 어둠을 껴입으면』(실천문학사,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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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박
정태일
오뉴월 뙤약볕
척박한 땅내 뻗는 덩굴손
푸른 살결 속으로 물소리 찰랑거린다
물소리 키워
봉긋봉긋 익혀 놓아
펑퍼짐한 엉덩이로 퍼질고 앉아
하늘 향해 풀어헤친 누런 젖가슴
보름달 뒤척이는 밤이면
풀벌레 소리
수근수근, 둥글게 우주를 굴리고 있다
-시집『딴 못』(천년의시작,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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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박죽
이창수
마루 끝에 앉은 외할머니께서
늙으면 죽어야 한다고 했다
늙으면 죽어야죠!
나는 외할머니의 말씀에 맞장구를 쳤다
그날로 외할머니는 머리를 싸맨 채 드러누웠고
나는 이유도 모른 채
어머니의 부지깽이를 피해 마루 밑에 숨었다
마루 밑 누렁이는 내 입술을 핥으며
용기를 북돋아 주었지만
외할머니의 지당한 말씀에 대한 호응이
빨간 불꽃이 살아 있는
부지깽이로 돌아올 줄은 꿈에도 생각 못했다
그날 저녁 호박죽 한 그릇을 다 드시고도
입맛이 없다는 외할머니에게
한 그릇 더 드시라는 어머니를
나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
『다층』(20010년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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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박이 익어가는 힘
문동만
땡볕의 한 시절을 버텨 골이 파인 호박들이
악다구니를 쓰다 욕창이 난 궁둥이들이
갯우렁이처럼 땅을 파들어가고 있다
가계가 누르스름할 것 같은 사람들이
썩어 짓무른 복창에 마른 씨를 쟁여서는
종일 진땅을 파들어가고 있다
오기만이 최대의 생산력인 호박들이
아, 어떤 도구도 없이
오직 엉치뼈의 힘만으로 구덩이를 파서
제 몸을 묻는 호박들이
줄기는 마르고 아래께는 짓물러터지며
묵언 경작하는 사람들이
- 시집 『그네』(창비,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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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박오가리 / 복효근
여든일곱 그러니까 작년에
어머니가 삐져 말려주신 호박고지
비닐봉지에 넣어 매달아놨더니
벌레가 반 넘어 먹었다
벌레똥 수북하고
나방이 벌써 분분하다
벌레가 남긴 그것을
물에 불려 조물조물 낱낱이 씻어
들깻물 밭쳐 다진 마늘 넣고
짜글짜글 조렸다
꼬소름하고 들큰하고 보드라운 이것을
맛있게 먹고
어머니께도 갖다드리자
그러면
벌레랑 나눠먹은 것도 칭찬하시며
안 버리고 먹었다고 대견해하시며
내년에도 또 호박고지 만들어주시려
안 돌아가실지도 모른다
- 『창작과비평』 (2009년 겨울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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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성하는 호박
김성신
입장을 바꿔 생각해봐
심장이 파인 다음
곰곰 고아지는 일에 대해
이웃들이 함께 테이블 앞에서 얽히면
쉽게 끓어오르지
빚, 이자, 독촉장이 큰 통에 고아질 때
오감을 오래전 땅에 묻었을지라도
밤은 이럴 때 자라나서 캄캄해졌지
바람이 주는 통증에 둔감했던 이파리며
결실을 독촉 받던 노란 꽃,
될 대로 되기만 바랐던 내가
수령, 납부, 당첨 같은 말들을 자꾸 되뇌다 보면
눈물 대신 앙다문 파리한 입술이 지워질까
눈꺼풀이 사라져버렸어
묵묵히 갚아내야 하는 것들 끼니로 채워주면
허물 벗듯 난 다시 물이 될까
툭툭 보글거리다 밀어 올리는 동그라미
구절양장九折羊腸으로 한 시절 꺾이며 내려가다
물기에 젖어 혹은 썩어 사라져야 하는 것은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기차소리를 발뒤축으로 밟는 일이다
식욕이 무덤이 되는 일에 대해서
울적해질 때
나는 남은 호박 줄기들을 모아 다시 햇빛 쪽으로 간다
꽃이 핀다 모르는 척
ㅡ계간『시현실』(2018년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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