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필사 시

외상값 / 신천희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21. 1. 21. 1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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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상값 / 신천희



어머니
당신의 뱃속에
열 달동안 세들어 살고도
한 달치의 방세도 내지 못했습니다

어머니
몇 년씩이나 받아먹은
따뜻한 우유값도
한 푼도 갚지 못했습니다

그것은 어머니
이승에서 갚아야 하는 것을
알면서도

저승까지
지고 가려는 당신에 대한
나의 뻔뻔한 채무입니다

08.02.02./ 낮 12시 51분

어머니가 방세를 받으려고 방을 놓은 것도 아니고 우유값을 받으려고 우유를 먹인 것도 아니지만 세를 살고 우유를 먹었으면 먹은만큼은 몰라도 다만 몇 분의 일이라도 돌려드려야 하는데 그 또한 여간 어렵지가 않습니다.


전생의 부모가 현생의 자식으로 환생한다는 말이 있는데 그래서 그럴까요. 다들 자식들에게는 없는 거 없이 잘해주고 있지요. 저도 한때 부모에게서 받은 것은 자식에게 내려주는 것이라 생각을 한 적이 있었는데 지금은 저승에 가서라도 갚을 수 있다면 그렇게 하고 싶은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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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좋은데요...

엄마의 몸을 집으로 보니까
세들어 살은 것이고.

정말 언제나 따끈한 우유를 넉넉히 받아먹고도
우유값을 지불하지 않았지요.


시가 어렵다고 해서 좋은 것은 없지요.

나는 소월시가 참 좋거든요.
시에서 내용이나 메세지가 무에 그리 중요할까.

지적이고 이미지즘이 너무 강한 시들.
감정이 없는 시는 죽은 시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