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1
너희는 햇빛이다
-숙대신문 창간 스물여섯 돌에
너희는 울타리다
오천의 새 꽃
천둥 비바람으로 지키는.
너희는 햇빛이다
이 꽃들 일제히 눈떠
재잘거리게 하는.
너희는 바람이다
이 꽃들 서로 엉켜
뛰고 뒹굴고
내달리게 하는.
어느날 그 어느날
맵찬 비바람 몰아쳐
너희들 울타리 무너뜨리기도 했지만,
검은 먹구름이 일어
햇빛 가리기도 했지만,
더 모진 바람이 너희 바람
숨죽이게도 했지만.
너희는 아우성이다
이 모든 것을 넘어
앞으로 나아가는.
때로 너희의 선배들이
깊은 골방에서
더러운 거래하며
그렇다, 힘없는 눈짓으로
이것이 사는 길이다 한숨 질 때
너희는 불꽃이다
뿌리쳐 거부하며
참된 것 올바른 것 찾는.
스물여섯 해 그것은
아픔의 세월이었다.
때로 그것은 어둠의
나날이었다.
너희는 동산에서
밟히는 꽃을 보았다
밟히고 꺾이면서 그러나
너희 함께 일어나지 않았는지.
더 놓은 소리로 외치지 않았는가.
너희는 북소리다
강물도 용솟음치게 하는.
이 세상 구석구석을 밝히고
거기 숨어 있는 참됨을 찾아내는
선배들이 맡았던 그 일
무력한 선배들의 일까지 너히
떠맡으리, 결코
무릎 꿇지 않으니,
불 속 물 속 가시밭 속을 걷더라도.
너희는 횃불이다
어떠한 어려움도 뚫고 나아가는.
너희는 풀밭이다
오천의 푸른 꽃
맘껏 뛰놀게 하는.
너희는 단비다
그 꽃들 시들지 않게 흔드는.
너희는 햇빛이다
온갖 따스함 그 안에 지닌.
08.01.27/ 오후 3시 44분
152
아아, 모두들 여기 모였구나
-『민주화의 길』창간호에
불길을 헤치고 물 속을 헤엄치고
가시밭 돌무덤 바위산을 뚫고서
모두들 여기까지 달려왔구나
온 나라에 울려퍼지는
노래 크게 외쳐 부르면서
등에는 깊은 이빨자국
이마와 손바닥엔 아직 피 붉은 채
모두들 여기 모였구나
끝내 흔들리지 않을 깃발
저 하늘 높이 세우기 위하여
철창에 뜨는 달 먼산에 피는
아지랑이에 한숨쉬기도 했지만
모두들 주먹 다시 부르쥐는구나
어둠 이 당 구석구석에서 몰아낼
큰 횃불 드높이 밝히리라고
이제 우리 갈 길을 알았노라고
이웃과 함께 친구와 함께
갈갈리 찢긴 땅덩어리와 함께
밟히고 꺾이고 으깨어져
조그맣게 움츠러든 이 겨레와 함께
이제 갈 길을 알았노라고
아아 모두들 여기 모였구나
모두들 손에 손 잡고 섰구나
저 강 건너 동녘을 향하여
새 햇살 새 별빛 아직 멀어도
잃을 것이 없는 자에겐 두려움이
없으니 망설임도 없으니
손과 발에 매인 사슬 끊어 던져라
아양과 눈웃음에 우린 속지 않는다
모두들 힘차게 달려가는구나
육천만 온 겨레 얼싸안고서
어께동무하고 나갈 북소리 울리며
08.01.27/ 오후 4시 2분
세 번째 시집 [달 넘세]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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