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필사 시

내가 좋아하는 소월 시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21. 1. 21. 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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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여울

 

 

당신은 무슨 일로

그리 합니까?

홀로히 개여울에 주저앉아서

파릇한 물포기가

돋아 나오고

잔물은 봄 바람에 헤적일 때에

 

가도 아주 가지는

않노라시던

그러한 약속(約束)이 있었겠지요

 

날마다 개여울에

나와 앉아서

하염없이 무엇을 생각합니다

 

가도 아주 가지는

않노라심은

굳이 잊지 말라는 부탁인지요

 

 

 

08.02.03/오후 38

개여울 - 개울의 여울

개울 - 골짜기에서 흐르는 작은 내.

여울 - 강이나 바다에 물살이 세게 흐르는 얕은 곳.

헤적이다 - 무엇을 들추거나 벌리며 헤치다. 해작이다.

바람이 낙엽을 헤적이다. 헤작이기만 하고 밥을 먹지는 않았다.

 

 

않노라심은 : '않노라''하심은'의 융합형.

 

 

 

 

개여울의 노래

 

 

그대가 바람으로 생겨났으면!

달 돋는 개여울의 빈 들 속에서

내 옷의 앞자락을 불기나 하지.

 

우리가 굼벵이로 생겨났으면!

비오는 저녁 캄캄한 영 기슭의

미욱한 꿈이나 꾸어를 보지.

 

만일에 그대가 바다 난끝의

벼랑에 돌로나 생겨났으면

둘이 안고 굴며 떨어나지지.

 

만일에 나의 몸이 불귀신(鬼神)이면

그대의 가슴속을 밤도와 태와

둘이 함께 재 되어 스러지지.

 

 

 

08.0203/오후 321

미욱하다 - 됨됨이나 하는 짓이 어리석고 미련하다.

매욱하다 - 어리석고 아둔하다.

우치愚癡 - 매우 어리석고 미욱함.

 

 

개여울 : 개와 여울의 결합형. 개는 강이나 내에 바닷물이 드나드는 곳,

혹은 개울을 뜻한다. 여울은 물살이 세고 빠르게 흐르는 곳을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