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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리나무
김향숙
종아리에 싸리나무 흔적이 있네
아버지 꾸중이 다녀간 날이었네
천방지축의 나이
주먹을 쥐고 이를 앙다물 때
여린 싸리나무 회초리 흔들리는 중심을 잡아주었네
눈물과 후회
원망이 묻어 있는 그 기억을 만지면
참싸리꽃으로 환하게 피어나네
소쿠리와 채반이 되던 싸리나무가
뭄에 스며들어 나를 일으켰네
쓰디쓴 그 맛
종아리에 새겨진 문신이
약초가 되기까지 한참을 기다리는 동안
아버지가 나의 싸리나무였다는 걸 깨달아
내 여린 뼈가 단단히 여물어갔네
여름이 지날 때쯤 뒷산에 피던 분홍꽃
사방에 널렸어요 지나치기만 했는데
회초리를 든 아버지가 보이네
낭창낭창 휘어져도 부러지지 말라던 말씀
늙어 회초리를 들 기운조차 없으셔서
내가 싸릿대를 꺾었네
싸리꽃은 여전히 피어나고
밑줄을 긋던 말씀은
내 몸에 붉은 꽃으로 남아 있는데
아버지는 다시 피어나지 못하네
한 줌 싸릿대를 안고 산을 내려오는
내 가슴 깊은 곳에서
싸리꽃 붉게 피어나네
<2018 제18회 평사리문학상 수상작>
2021년 2월 1일 13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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