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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
이지엽
물방울 한 끝이 둥굴게 팽창하다가
여릿여릿 한 쪽으로 고개를 내민다
움켜진 주먹 속 눈물
눈시울이 붉어진다
풀면 죄다 죄(罪)가 될 말, 이리 많았던 게야
모두 쏟아내고 기꺼이 죽는 연어처럼
장엄한 다비의 말씀들
검은 씨앗의
별이 뜨고
으밀아밀 와이퍼 하나 쓰윽 지나가고
애써 끌고온 길이 일시에 지워진다
햇살에 비치는 차창
하얗게 빈
목구멍 그늘
호밀밭 휘파람처럼 작고 둥근 소리들이
깨끗하게 지워진 자리, 너를 다시 품고 싶다
순결한 가난의 기도가
겨울 문 앞
맑아지도록
<2012 제32회 가람시조문학상 수상작>
2021년 2월 3일 17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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