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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사꽃 그늘
이승은
골짝에 접어들수록 마음처럼 붉어진 길
눈물도 그렁그렁 꽃잎따라 필 것 같다
고샅길 홀로된 집 한 채
숨어 우는 너도 한 채
복사꽃 그늘에서 삼키느니, 밭은 기침
선홍의 내 아가미 반짝이며 떠돌다가
끝내는 참지 못하고
가지마다 뱉어낸 꽃
우리 한때 들끓었던 것
참말로 다 참말이던 것
날카롭게 모가 서는 언약의 유리조각에
메마른 혀를 다친다, 오래고 먼 맹세의 봄
―시집『환한 적막』(동학사, 2007)
2021년 2월 6일 20시 20분 토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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