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하늘 100호 원고
시 - 2편
1 주머니 속의 행복 ―시하늘 통권 100호 기념
2 시하늘 ―연서(戀書)
수필 - 1편
1 내게 있어 시하늘은
이름 – 정호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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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머니 속의 행복 ―시하늘 통권 100호 기념
정호순
언제 어디서 우리가 만났던가
우리 모두는 바람이었고
들풀이었고 목마른 가뭄이었지
당신과 내가 만나 꿈을 만들고
꿈을 만나 바람을 만들고
염원을 만들고 노래를 만들었지
*주머니 속의 행복을 만들었지
사랑이 아니던가 ―세상에 거저 주는 사랑은 없지
믿음이 아니던가 ―저절로 생기는 믿음은 없지
인연이 아니던가 ―그늘도 나무가 만든 인연이지
그 사랑 그 믿음 그 인연들
매듭 엮듯 고이 이어 가리라
어서 오시라, 미지의 詩友여
우리 함께 만들어갈 詩의 하늘이여...
*詩하늘은 '주머니 속의 행복'으로 시작하였음.
시하늘
―연서(戀書)
정호순
그대여, 나의 밭에 꿈이 돋는 씨앗을
고루 뿌려주세요
이랑 가득 꿈을 피우렵니다
그대여, 나의 밭에 새 꿈 돋아 자라면
군가지 잘라주세요
튼실히 꽃을 피워
그대에게 드리렵니다
그대여, 나의 밭에 꿈이 익어 열리면
주저 말고 따 주세요
알알이 영근 열매
그대에게 모두 드리렵니다
⸺계간『詩하늘/통권 100호 특집』(2020년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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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있어 시하늘은
정호순
인터넷이라는 바다가 생기고 나뭇잎 같은 쪽배 하나 빌려 타고 여기저기 항구를 떠돌아 다녔습니다. 오늘 하루는 어떤 항구에 잠시 정박하고 내일은 또 다른 항구를 찾아 난바다 망망대해 표류하면서 시의 항구를 찾으러 다닐 때였습니다.
그러다가 우연히 시의 검색에서 박창기 시인의 “순천만에서 바람을 만나다” 시를 만나 시하늘 항구에 발을 들여놓았습니다. 제가 시하늘이라는 항구에 매력을 느낌 것은 게시판 구조가 복잡하지 않고 무엇보다 시의 출처가 있고 정확성 이었습니다.
당시 다음과 네이버 포털 사이트에 수많은 카페와 개인 블로그가 생기면서 시의 전성시대가 열리고 있었습니다. 미디어 기술의 발달로 그동안 글자로만 접하던 시들이 음악과 사진이라는 새로운 옷을 입고 우후죽순 생겨나면서 시의 활력을 불어넣고 있었습니다.
저는 다음 어느 한 카페의 운영자로 있었는데 그곳에 좋아하는 시를 올려서 회원들과 공유해보고 싶었습니다. 시집을 사 보는 것도 한계가 있고 매일 올리는 시를 같은 사람의 시로 올릴 수도 없고 해서 여기저기 좋은 시를 찾아서 시의 항해를 다니기 시작 하였습니다.
시는 많았습니다. 연시, 고향 시, 노동 시 등 유·무명의 수많은 시들이 가을의 수확한 곡식처럼 풍성하였습니다. 허나 이 시들이 어떤 시집에서 가져온 것인지 어느 문학지에서 발표한 시인지 도통 알 수가 없었습니다. 이렇게 시의 출처를 알 수 없는 시들을 대하면서 의문과 회의가 든 것은 이 시들의 연과 행이 엉망이었습니다.
심지어 남의 시 몇 줄 슬쩍 도둑질해서 마치 자기 글인 양 끼워놓기도 하고 자기가 좋아하는 부분만 복사해 온 반쪽짜리 시도 돌아다니고 있었습니다. 같은 시에 다른 제목을 붙여 올려놓은 시도 있었습니다. 이런 시들이 음악과 영상의 날개를 달고 수도 없이 올라오고 스크랩되어 퍼져나갔습니다.
중구난방 이렇게 마구잡이로 돌아다니는 시를 보다가 시하늘이라는 항구를 발견했으니 얼마나 기뻤는지 모릅니다. 그때가 2007년 12월 가입을 해서 회원이 되고 매일 하루에도 몇 번씩 드나들며 시를 보면 시를 배웠습니다. 단순히 시를 가져가려는 욕심에 들어왔다가 이곳에 정착하고 말았습니다. 정착하고부터는 좋은 시방에 매일 시를 하루에 한두 편씩 올리면서 다른 회원들이 올리는 시도 같이 보았습니다.
내게 있어 시하늘은 매일 먹는 밥이나 다름없습니다. 시하늘이 있어 시를 볼 수 있었고 배울 수 있었습니다. 제가 지금 조금이라도 시라는 것을 알고 한 편이라도 시라고 끄적거리는 것은 순전히 시하늘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시하늘 항구와 인연이 된 것을 늘 감사하고 기쁘게 생각합니다.
끝으로 시하늘 문학회와 시하늘 카페가 더욱 발전하여 더 많은 문인들이 우리 시하늘 항구를 찾아오는 인연이 닿았으면 좋겠습니다.
⸺계간『詩하늘/통권 100호 특집』(2020년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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