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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생일을 아무에게도 알리지 마라
박해정
이순신은 무한 리필 고깃집에서
생일잔치를 하기로 했어.
그런데 꼭 오겠다던 친구들이
학원에서 발만 동동 굴렀어.
열두 척의 배는 이순신 앞으로
끝내 나타나지 않았고
부두에 묶여 가끔 신호만 날렸어.
미안해, 순신아!
입맛이 급격히 떨어진 이순신은
고스란히 돈을 물어야 했는데
이건 접시에 남겨진 고기에게도
미안한 일이잖아?
이순신은 한숨을 내쉬며
달을 향해 중얼거렸어.
이럴 줄 알았으면
내 생일을 아무에게도
알리지 말걸 그랬어!
⸺동시집『넌 어느 지구에 사니』(문학동네,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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