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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39) / 육체와 정신 - 최동호의 ‘해골통 화분’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21. 10. 25.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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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39) / 육체와 정신 - 최동호의 ‘해골통 화분’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39) / 육체와 정신 - 최동호의 ‘해골통 화분’ [이미지 편집 = 한송희 에디터]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39) / 육체와 정신 - 최동호의 ‘해골통 화분’

 

해골통 화분

최동호

 

배흘림기둥같이 묵직한 가죽 자루
더 이상 금싸라기도
담을 곳이 없다.
그칠 줄 모르고 삼켰던 음식물
다 토해낸다면
커다란 거품 산이 될 것이다.

오물덩이 산을
베개로 하고 거품에 취해
가끔 산 아래로 미끄러지기도 하는
심심한
해골통 화분에다
하늘거리는 양귀비꽃이나 하나
이쁘게 기르고 싶다.
                                  
청명하게 바람 부는 날은
만리 하늘을 날아오르다가 지전처럼
바람난 꽃가루
지상에 뿌리고
향기로운 흙가슴 열어
먹었던 음식물

하늘을 향한 제단처럼
쌓아놓고
허망하게 무너지는
물 흙냄새 풍기는
연꽃 하나 피우고 싶다. 

-『시와 반시』(2005. 가을)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39) / 육체와 정신 - 최동호의 ‘해골통 화분’ [이미지 편집 = 한송희 에디터]
<해설> 
  
해골통 화분이란 것이 도대체 무엇일까? 화분이라고 하지만 화초를 심는 그릇을 뜻하는 것 같지는 않고, ‘해골통’이라는 것에 의미를 두고 싶다. 원효의 ‘해골바가지 속 물 마시기’ 이야기가 연상되기도 하는데, 시의 후반부를 보니 그도 아닌 듯하다. 시의 첫 행 “배흘림기둥같이 묵직한 가죽 자루”는 “그칠 줄 모르고 삼켰던 음식물”에 연결된다. 가죽 자루는 인간의 위장이나 대장을 뜻하는 것이 아닐까. 그러니까 해골통 화분의 보조관념은 인간의 위장이나 대장, 원관념은 식욕을 비롯한 인간의 무한한 욕망일 것이다. 

거의 언제나 식욕에 부대끼는 우리의 몸은 생애 내내 커다란 거품 산이 될 정도로 많은 음식물을 삼킨다. 한편 이 세상은 “하늘을 향한 제단처럼/쌓아놓고/허망하게 무너지는/진흙탕”이다. 몸은 비록 이 진흙탕 세상에서 살아가지만 시인의 정신은 해골통 화분에다 하늘거리는 양귀비꽃이나 하나 ‘이쁘게’ 기르고 싶어 한다. ‘물 흙냄새’를 풍기는 연꽃 하나라도 피우고 싶다. 

욕망을 추구하는 몸과 달리 정신은 영원의 세계, 구경(究竟)의 세계, 청정의 세계, 진선미의 세계를 추구하고자 애쓴다. 해골통 화분을 인간의 뇌로 볼 수도 있겠다. 인간의 뇌는 명령한다. 몸이여, 너 빨리 욕망을 채워라. 이 명령만 내릴까? 그렇지 않다. 정신이여, 너는 이상을 추구하라, 현자가 되라고 시인은 이 시를 통해 힘주어 말하고 있다. 

출처 : 뉴스페이퍼(http://www.news-pape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