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늙은 가스렌지
우정숙
처음엔 파란 불꽃 그을름도 없었다
손끝 살짝 닿으면 찌지직 스파크 일고
두 눈빛 알전구처럼 총명하고 맑았다
어느새 미간의 주름 까맣게 새긴 저녁
옆구리 툭툭 치면 어제 일도 기억 못 해
또 하루 거꾸로 더듬다 되물어 다그친다
강도 높던 점화력도 스스로 기가 죽고
깜박깜박 멀어지는 충전의 시간 위로
무덤덤 말 수는 줄고 정물로나 앉았다
―시조집『문득』(목언예원, 2021)
<2021, 이호우·이영도시조문학상 여자 신인상 수상작품>
2021년 11월 05일 오전 9시 11분
'2021 다시 필사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시조>낙엽1 . 낙엽2 /최순향 (0) | 2021.11.05 |
---|---|
<시조>김진옥 ―목련/무현금 (0) | 2021.11.05 |
<시조>두룸박, 드레박, 두레박 /이정재 (0) | 2021.11.05 |
<시조>코뚜레 들녘 /강문신 (0) | 2021.11.05 |
<시조>꽃무릇 별사(別辭) /전연희 (0) | 2021.10.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