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다시 필사 시

<시조>늙은 가스렌지 /우정숙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21. 11. 5.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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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은 가스렌지

 

우정숙

 

 

처음엔 파란 불꽃 그을름도 없었다

손끝 살짝 닿으면 찌지직 스파크 일고

두 눈빛 알전구처럼 총명하고 맑았다

 

어느새 미간의 주름 까맣게 새긴 저녁

옆구리 툭툭 치면 어제 일도 기억 못 해

또 하루 거꾸로 더듬다 되물어 다그친다

 

강도 높던 점화력도 스스로 기가 죽고

깜박깜박 멀어지는 충전의 시간 위로

무덤덤 말 수는 줄고 정물로나 앉았다

 

 

 

 

 

시조집문득(목언예원, 2021)

<2021, 이호우·이영도시조문학상 여자 신인상 수상작품>

20211105일 오전 9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