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시를 읽어야 할 시간

돌멩이의 노래 /염혜순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22. 10. 27. 1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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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멩이의 노래 

 

염혜순

 

 

개울물이 돌 틈을 지날 때면 목소리가 한층 높아지지

모래밭을 지날 때나 풀뿌리를 스칠 때의 소리가 아니야

그건 돌멩이와 함께 부르는 또 다른 합창인 거지

 

고요하던 물이

돌멩이 표면을 스치며 흐를 때면

돌 하나하나 마다 그 음이 달라

어느 돌은 매끈하고 동글동글

어떤 건 깨어지고 날카로워

아파서 구르지도 못하고 모래 틈에 박혀 신음하거든

깨어지고 구르며 돌들도 노래를 쓰는 거야 그 몸 전체로

저 소리가 노래인지 울음인지 때론 알 수가 없지

개울가에서 들리는 소리는

돌멩이의 노래를

흐르는 물이 따라 부르는 거야

 

시간도 그런가봐

사람 하나하나 지나쳐 흐르며

부딪히는 사람마다

다른 소리가 나는 것을

 

시간이 흘러가는 곳에

구르는 돌 같은 나는

무슨 음을 낼까

 

개울가에 앉으면

물소리에 내 귀가 촉촉이 젖어들어

 

 

 

<시현실 신인상 당선작 중 1편 (2022.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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