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돌멩이의 노래
염혜순
개울물이 돌 틈을 지날 때면 목소리가 한층 높아지지
모래밭을 지날 때나 풀뿌리를 스칠 때의 소리가 아니야
그건 돌멩이와 함께 부르는 또 다른 합창인 거지
고요하던 물이
돌멩이 표면을 스치며 흐를 때면
돌 하나하나 마다 그 음이 달라
어느 돌은 매끈하고 동글동글
어떤 건 깨어지고 날카로워
아파서 구르지도 못하고 모래 틈에 박혀 신음하거든
깨어지고 구르며 돌들도 노래를 쓰는 거야 그 몸 전체로
저 소리가 노래인지 울음인지 때론 알 수가 없지
개울가에서 들리는 소리는
돌멩이의 노래를
흐르는 물이 따라 부르는 거야
시간도 그런가봐
사람 하나하나 지나쳐 흐르며
부딪히는 사람마다
다른 소리가 나는 것을
시간이 흘러가는 곳에
구르는 돌 같은 나는
무슨 음을 낼까
개울가에 앉으면
물소리에 내 귀가 촉촉이 젖어들어
<시현실 신인상 당선작 중 1편 (2022. 가을호)>
'지금은♠시를 읽어야 할 시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초승밥 /홍경나 (0) | 2022.11.02 |
---|---|
가을들 /김령 (1) | 2022.10.29 |
악을 쓰며 짖는 개에게 /김명기 (0) | 2022.10.26 |
젓가락 /최태랑 (0) | 2022.10.24 |
도시의 밤은 슬리퍼를 끌고 /김미연 (0) | 2022.10.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