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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명매
이남순
경상남도 산청군 시천면 남명로 311
좁고 낮은 쪽문을 머리 숙여 들어서니
젖은 듯
형형한 등불
아직도 걸려있다
여윈 가지 꺾어지고 둥치가 틀어져도
비루한 왕업 앞에 차라리 회초리였던
눈발에
깨어난 혼령
옷띠 매고 앉았다
불의도 정의마저도 타산으로 공정 되는
벼슬아치 과녁으로 피 흘리던 백성의 길
앙다문
입술을 열어
상소문을 읽고 있다
―『시와소금』 (2022, 겨울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