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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당나귀들
장순금
기도는 이불 속에서 눈꼬리 눈물로 빗나갔다
반짓고리엔 녹슨 바늘이 아무것도 꿰맬 수 없는 너덜한 엄마처럼
문이 흔들릴 때마다 검은 사진에 빗물이 들이쳤다
한 세기 전 내가 홀로 서 있던 바닥처럼
어린 당나귀들은 엄마를 기다리며
아침 식탁에 굴러다니는 앙상한 기억으로 배를 채웠다
머나먼 고비사막 알타이산맥 우주 한 귀퉁이에서
엄마는 왜 가셨을까
부은 발은 견딜만한데 어디서 어긋난 걸까
한 세기 전 내가 홀로 울던 골목에서
어린 당나귀들은 올이 풀린 뒤축을 끌며
등짝의 천 근 무게의 살과 뼈를 일당과 바꾸었다
아침마다 밥상 모서리에 걸려 넘어진
엄마를 열면
검은 반짓고리에 검불로 뒤축을 꿰매고 있어
어린 당나귀들의 그리움은 구천의 붉은 신호를 잡고 있나
그림자에 붙들린
기도는 모래같이 흘러내리고
성탄 전야
기다리는 하느님은 끝내 오지 않았다
―웹진『시인광장』(2023, 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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