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시를 읽어야 할 시간

간절기​ /채종국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23. 2. 15.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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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절기

채종국

헨델의 아리아를 듣는 아침

봄눈처럼 어색한 말을 하는 아침

마스크를 벗고

가지에 싹 튼 권태를 읽는다

권태라는 것은 봄이

올 수도 있다는 말의 또 다른 텍스트

나른한 온기에 꼬리를 감춘 고양이처럼

담장 너머 숨어버린

검은 모습의 겨울 애상을 찾는다

네모 난 새의 울음 눈 속에 갇히고

허공에 걸려있는 부음 같은 햇살 몇 줄

저를 구원하라며 봄을 기다리는

가녀린 나무의 간절한 손처럼

봄은 곧 부르짖는 자의 응답이라 하지만

바람 한 점 없는 겨울 아침

시퍼런 하늘은 그러한 간절도 모르는 채

나무의 마른 기도를 태우는 중이다

​​

―웹진『시인광장』(2023, 2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