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유화 / 김소월 산유화 김소월 산에는 꽃 피네 꽃이 피네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피네 산에 산에 피는 꽃은 저만치 혼자서 피어 있네. 산에서 우는 작은 새여, 꽃이 좋아 산에서 사노라네 산에는 꽃 지네 꽃이 지네.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지네. (『진달래꽃』. 매문사. 1925 : 『김소월 전집』. 문장. 1981) ―최.. <시 읽기·우리말·문학자료>/내가 훔치고 싶은 ♠ 시 2013.07.10
진달래꽃 / 김소월 진달래꽃 김소월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드리오리다. 영변(寧邊)에 약산(藥山) 진달래꽃, 아름 따다 가실 길에 뿌리우리다. 가시는 걸음걸음 놓인 그 꽃을 사뿐히 즈려 밟고 가시옵소서.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오리다 (『진달래꽃』... <시 읽기·우리말·문학자료>/내가 훔치고 싶은 ♠ 시 2013.07.10
바람의 냄새 / 윤의섭 바람의 냄새 윤의섭 이 바람의 냄새를 맡아봐라 어느 성소를 지나오며 품었던 곰팡내와 오랜 세월 거듭 부활하며 얻은 무덤 냄새를 달콤한 장미 향에서 누군가 마지막 숨에 머금었던 아직 따뜻한 미련까지 바람에게선 사라져 간 냄새도 있다 막다른 골목을 돌아서다 미처 챙기지 못한 그.. <시 읽기·우리말·문학자료>/내가 훔치고 싶은 ♠ 시 2013.07.10
푸라타너스 / 김현승 푸라타너스 김현승 꿈을 아느냐 네게 물으면, 푸라타너스, 너의 머리는 어느덧 파아란 하늘에 젖어 있다. 너는 사모할 줄을 모르나, 푸라타너스, 너는 네게 있는 것으로 그늘을 늘인다. 먼 길에 올 제, 홀로 되어 외로울 제, 푸라타너스, 너는 그 길을 나와 같이 걸었다. 이제 너의 뿌리 깊.. <시 읽기·우리말·문학자료>/내가 훔치고 싶은 ♠ 시 2013.07.10
거울 속 거미줄 / 정용화 거울 속 거미줄 정용화 덕천마을 재개발 지역 반쯤 해체된 빈집 시멘트벽에 걸린 깨진 거울 속으로 하늘이 세들어 있다 무너지려는 집을 얼마나 힘껏 모아쥐고 있었으면 거울 가득 저렇게 무수한 실금으로 짜여진 거미줄을 만들어 놓았을까 구름은 가던 길을 잃고 잠시 걸려들고 새들은 .. <시 읽기·우리말·문학자료>/내가 훔치고 싶은 ♠ 시 2013.07.10
봄밤 / 권혁웅 봄밤 권혁웅 전봇대에 윗옷 걸어두고 발치에 양말 벗어두고 천변 벤치에 누워 코를 고는 취객 현세와 통하는 스위치를 화끈하게 내려버린 저 캄캄함 혹은 편안함 그는 자신을 마셔버린 거다 무슨 맛이었을까? 아니 그는 자신을 저기에 토해놓은 거다 이번엔 무슨 맛이었을까? 먹고 마시.. <시 읽기·우리말·문학자료>/내가 훔치고 싶은 ♠ 시 2013.07.10
문장들 / 김명인 문장들 김명인 1 이 문장은 영원히 완성이 없는 인격이다 2 가을 바다에서 문장 한 줄 건져 돌아가겠다는 사내의 비원 후일담으로 들은들 누구에게 무슨 감동이랴, 옆 의자에 작은 손가방 하나 내려놓고 여객선 터미널 유리창 너머로 바라보면 바다는 몇 만 평 목장인데 그 풀밭 위로 구름.. <시 읽기·우리말·문학자료>/내가 훔치고 싶은 ♠ 시 2013.07.10
인중을 긁적거리며 / 심보선 인중을 긁적거리며 심보선 내가 아직 태어나지 않았을 때, 천사가 엄마 뱃속의 나를 방문하고는 말했다. 네가 거쳐 온 모든 전생에 들었던 뱃사람의 울음과 이방인의 탄식일랑 잊으렴. 너의 인생은 아주 보잘것없는 존재부터 시작해야 해. 말을 끝낸 천사는 쉿, 하고 내 입술을 지그시 눌.. <시 읽기·우리말·문학자료>/내가 훔치고 싶은 ♠ 시 2013.07.10
풍경 / 김제현 풍경 김제현 뎅그렁 바람따라 풍경이 웁니다. 그것은, 우리가 들을 수 있는 소리일 뿐. 아무도 그 마음 속 깊은 적막을 알지 못합니다. 만등(卍燈)이 꺼진 산에 풍경이 웁니다. 비어서 오히려 넘치는 무상(無上)의 별빛. 아, 쇠도 혼자서 우는 아픔이 있나 봅니다. (『무상의 별빛』. 민족과.. <시 읽기·우리말·문학자료>/내가 훔치고 싶은 ♠ 시 2013.07.10
너는 어디에도 없고 언제나 있다 / 이윤학 너는 어디에도 없고 언제나 있다 이윤학 오른손 검지 손톱 밑 살점이 조금 뜯겼다. 손톱깎이가 살점을 물어뜯은 자리 분홍 피가 스며들었다. 처음엔 찔끔하고 조금 있으니 뜨끔거렸다. 한참 동안, 욱신거렸다. 누군가 뒤늦게 떠난 모양이었다. 벌써 떠난 줄 알았던 누군가 뜯긴 살점을 통.. <시 읽기·우리말·문학자료>/내가 훔치고 싶은 ♠ 시 2013.07.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