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읽기·우리말·문학자료> 4322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12) / 여자여서 여자를 안다 - 김명원의 ‘화장실에서 1’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12) / 여자여서 여자를 안다 - 김명원의 ‘화장실에서 1’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12) / 여자여서 여자를 안다 - 김명원의 ‘화장실에서 1’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12) / 여자여서 여자를 안다 - 김명원의 ‘화장실에서 1’ 화장실에서 1 김명원 한 칸 참 고요한 방 햇살 한 점 들지 않는 묵언의 꽉 찬 정적을 헤치고 어둠에 길을 내며 나의 아랫도리를 마음 놓고 드러낸다 환하게 켜지는 여성성 탐스러운 수풀 사이로 뻗어 있는 무성한 원시림에 기꺼이 이른다 옆방의 여인도 조용한 저 속에서 현실을 가만가만 벗고 있으리라 한 점 시름을 깊이 드리우고 저 여인과 나, 얼마나 마음 놓고 앉아 있을 수 없었던가 얼마나 헛발질하는 이..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11) / 혈연의 죽음 - 김명인 시인의 ‘부석사’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11) / 혈연의 죽음 - 김명인 시인의 ‘부석사’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11) / 혈연의 죽음 - 김명인 시인의 ‘부석사’ [이미지 편집 = 한송희 에디터]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11) / 혈연의 죽음 - 김명인 시인의 ‘부석사’ 부석사 김명인 한 시절 반짝임 푸른 무량이어서 청록 지천만큼이나 탕진 끝없을 줄 알았는데 어느새 센 머리 허옇게 뒤집어쓴 겨울 소백산맥 바라보며 외사촌 아우 빈소 자리로 가고 있다 눈발이나 희끗거릴 바람의 마력이라면 힘껏 던져도 부풀릴 수 없는 바위 꿈 매양 처지는 길뿐이겠느냐. 어떤 필생을 거기 매달았다 해도 지금은 헐벗은 가지들, 그 떨림만으로 고스란히 눈꽃을 받들고 있다. 눈구덩이에 처박힌 ..

감나무 /이재무 -가지가 담을 넘을 때 /정끝별

감나무 이재무 감나무 저도 소식이 궁금한 것이다 그러기에 사립 쪽으로는 가지도 더 뻗고 가을이면 그렁그렁 매달아놓은 붉은 눈물 바람결에 슬쩍 흔들려도 보는 것이다 저를 이곳에 뿌리박게 해놓고 주인은 삼십 년을 살다가 도망 기차를 탄 것이 그새 십오 년인데…… 감나무 저도 안부가 그리운 것이다 그러기에 봄이면 새순도 담장 너머 쪽부터 내밀어 틔어보는 것이다 (『몸에 피는 꽃』.창작과비평사. 1996) -(문학과지성사 한국문학선집 1900∼2000. 4편 수록 중 1편. 2007) [현대시 100년 시인 100명이 추천한 애송詩 100/93] ------------------------------- 가지가 담을 넘을 때 정끝별 이를테면 수양의 늘어진 가지가 담을 넘을 때 그건 수양 가지만의 일은 아니었을 것..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10) / 회임을 예감하며 - 조명 시인의 ‘예감’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10) / 회임을 예감하며 - 조명 시인의 ‘예감’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10) / 회임을 예감하며 - 조명 시인의 ‘예감’ [이미지 편집 = 한송희 에디터]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10) / 회임을 예감하며 - 조명 시인의 ‘예감’ 예 감 조명 비로소 그대의 프러포즈를 받았네 그것은 봄비 내리는 들녘을 통째로 선물 받았다는 뜻 머리카락이 젖을 때부터 상상은 시작되고 빗발은 가슴을 밟아즈리네 몸 밖으로 먼지가 풀풀 날아가네 겨우내 바위산을 홀로 서성이던 외각수는 털갈이를 마친 턱을 우아하게 치켜들고 컴컴한 동굴 속에서는 금갈색 껍질을 깨며 어린 짐승의 햇숨결이 들려오기도 하네 손바닥이 간질거리고 주먹이 근질거리는 일이네 그대의..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9) / 장애인의 날이 지났지만 - 김갑숙 시인의 ‘수화’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9) / 장애인의 날이 지났지만 - 김갑숙 시인의 ‘수화’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9) / 장애인의 날이 지났지만 - 김갑숙 시인의 ‘수화’ [이미지 편집 = 한송희 에디터]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9) / 장애인의 날이 지났지만 - 김갑숙 시인의 ‘수화’ 수화 1 ―몸 안의 탄생 김갑숙 내 과부하 된 뇌, 중앙분리대를 넘어온 차에 뭉개지고 뇌 틈에 마모된 라르고의 음률 주름진 혈관을 되감는데 불안한 영혼의 짙은 바다 밑 물빛 목소리는 아가미 찢긴 물고기자리별 속으로 사라진다 내 손바닥 위 우두커니 선 감정 하나 말을 잊은 세상에 나뒹굴고 소리가 갇혀버린 너의 공간 내 몸 속에 자리 잡아 긴 어둠 속을 말없이 걷던 너는 내 눈물..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8) / 어제는 부활절 - 김남조 시인의 ‘막달라 마리아 4’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8) / 어제는 부활절 - 김남조 시인의 ‘막달라 마리아 4’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8) / 어제는 부활절 - 김남조 시인의 ‘막달라 마리아 4’. 이미지 편집 = 한송희 에디터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8) / 어제는 부활절 - 김남조 시인의 ‘막달라 마리아 4’ 막달라 마리아 4 김남조 당신에게선 손발에 못 박는 소리 아슴히 들립니다 사랑하는 분이 눈앞에서 못 박혀 죽으신 후 당신 몸에 못 박는 소리와 그 메아리들의 소리 사당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강한 건 고통입니다 고통의 반복 앞에 서는 율연한 공포입니다 그래도, 사랑하는, 사랑입니다 사리(舍利)를 쌓아 태산을 이룰 때까지 선혈을 탈색하여 증류수의 강으로 넘칠 때까지 천지간..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7) / 소년원의 아이가 쓴 시 '아프지 마'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7) / 소년원의 아이가 쓴 시 '아프지 마'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7) / 소년원의 아이가 쓴 시. 이미지 편집 = 한송희 에디터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7) / 소년원의 아이가 쓴 시 '아프지 마' 아프지 마 환 누군가에겐 그립고 누군가에겐 따뜻한 나에겐 가슴 아픈 한마디 내 아들 아프지 마 지금은 듣지 못할 한마디 내 아들 아프지 마 너무 아파서 하늘나라로 가버린 아빠 때늦은 지금 가슴 치며 외쳐본다 아빠도 아프지 마 ―소년원 친구들의 시 모음집 『꿈을 향하여 날아오르다』(한들출판사, 2014)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7) / 소년원의 아이가 쓴 시. 이미지 편집 = 한송희 에디터 경기도 의왕시 소재 고..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6) / 손창섭이 쓴 시조 '희작戱作'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6) / 손창섭이 쓴 시조 '희작戱作'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6) / 손창섭이 쓴 시조. 이미지 편집 = 한송희 에디터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6) / 손창섭이 쓴 시조 희작戱作 주장은 오줌이요 무언은 똥이랄까 어차피 꺼질 인생 할 말은 하고 살세 정신적 배설물이란 생의 표시이리니. ―『작가세계』(2015년 겨울호) 서울대 방민호 교수가 일본에 전후 문단의 기린아였던 소설가 손창섭(1922〜2010)을 만나러 갔다가 일본인 부인으로부터 전해 받은 것은 놀랍게도 시조집이었다. 그의 시조는 일종의 일기였다. 일기의 내용은 신세한탄이며 자조였다. 손창섭은 1973년에 도일했고 1995년 8월에 위의 시조를 썼고 1998년에 우에노 ..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5) / 혁명의 날에 죽은 이들을 위해 - 이제야 들었다, 그대들 음성을,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5) / 혁명의 날에 죽은 이들을 위해 - 이제야 들었다, 그대들 음성을,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5) / 혁명의 날에 죽은 이들을 위해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5) / 혁명의 날에 죽은 이들을 위해 - 김춘수 시인의 '이제야 들었다, 그대들 음성을,' 이제야 들었다, 그대들 음성을, 김춘수 이제야 들었다. 그대들 음성을, 그대들 가슴 깊은 청정한 부분에 고이고 또 고였다가 서울에서 부산에서 인천에서 대전에서도 강이 되고 끓는 바다가 되어 넘쳐서는 또한 겨레의 가슴에 적시는 것을, 1960년 4월 19일 이제야 들었다, 그대들 음성을 잔인한 달 4월에 죽었던 땅에서 라일라크가 피고 그대들 죽음에서 천의 빛줄이 나래를 치는 것을,..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4) / 언어를 조율하는 뛰어난 능력 - 이은규 시인의 '조각보를 짓다'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4) / 언어를 조율하는 뛰어난 능력 - 이은규 시인의 '조각보를 짓다'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4) 언어를 조율하는 뛰어난 능력. 이미지 편집 = 한송희 에디터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4) / 언어를 조율하는 뛰어난 능력 - 이은규 시인의 '조각보를 짓다' 조각보를 짓다 이은규 그믐, 공명 쟁쟁한 방에 외할머니 앉아 있네요 오롯한 자태가 새색시처럼 아슴아슴하네요 쉿, 그녀는 요즘 하늘에 뜬 저것이 해이다냐 달이다냐, 세상이 가물가물 한다네요 오늘따라 총기까지 어린 눈빛, 오방색 반짇고리 옆에 끼고 앉아 환히 열린 그녀, 그 웃음자락에서 꽃술 향이 피어나기는 어찌 아니 피어날까요 시방 그녀는 한 땀 한 땀 시침질하며 生의 조각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