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읽기·우리말·문학자료> 4322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40) / 아픈 가족사 - 이근배의 ‘깃발’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40) / 아픈 가족사 - 이근배의 ‘깃발’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40) / 아픈 가족사 - 이근배의 ‘깃발’ [이미지 편집 = 한송희 에디터]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40) / 아픈 가족사 - 이근배의 ‘깃발’ 깃발 이근배 아버지는 깃발을 숨기고 사셨다 내가 그 깃발을 처음 본 것은 국민학교 5학년 때였다 해방 전부터 시작된 감옥살이에 몸이 상할 대로 상한 아버지는 할아버지의 석방 노력과 설득에 겨우 마음을 돌려 농사를 짓겠다고 나선 지 한 해도 못 되어 육이오가 일어났다 ―너 재집이 하고 명룡이네 좀 다녀 오거라 인민군이 어디쯤 내려왔는지 아직 전쟁바람도 안 불고 태극기가 우리나라 깃발이던 어느 날 이웃집 재집이와 나는 집..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39) / 육체와 정신 - 최동호의 ‘해골통 화분’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39) / 육체와 정신 - 최동호의 ‘해골통 화분’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39) / 육체와 정신 - 최동호의 ‘해골통 화분’ [이미지 편집 = 한송희 에디터]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39) / 육체와 정신 - 최동호의 ‘해골통 화분’ 해골통 화분 최동호 배흘림기둥같이 묵직한 가죽 자루 더 이상 금싸라기도 담을 곳이 없다. 그칠 줄 모르고 삼켰던 음식물 다 토해낸다면 커다란 거품 산이 될 것이다. 오물덩이 산을 베개로 하고 거품에 취해 가끔 산 아래로 미끄러지기도 하는 심심한 해골통 화분에다 하늘거리는 양귀비꽃이나 하나 이쁘게 기르고 싶다. 청명하게 바람 부는 날은 만리 하늘을 날아오르다가 지전처럼 바람난 꽃가루 지상에 뿌리고 ..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38) / 세상의 근원 - 김나영의 ‘어느 섹스에 대한 기억’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38) / 세상의 근원 - 김나영의 ‘어느 섹스에 대한 기억’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38) / 세상의 근원 - 김나영의 ‘어느 섹스에 대한 기억’ [이미지 편집 = 한송희 에디터]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38) / 세상의 근원 - 김나영의 ‘어느 섹스에 대한 기억’ 어느 섹스에 대한 기억 김나영 온 동네가 가난을 식구처럼 껴안고 살던 시절 언니와 나는 일수(日收) 심부름을 다녔다. 우리 집의 유일한 생계수단이었던 일수 월곡동을 지나 장위동을 거쳐 숭인동까지 카시오페이아좌처럼 뚝뚝 떨어져 있는 다섯 집을 다 돌고 나면 일수 수첩 사이에서 돈의 두께가 부풀어 오르고 내 가슴에 도장밥 빛깔의 별들이 철없이 떠올랐다. 일수 수첩 속에..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37) / 유머 만발 - 박미산의 ‘대머리 박홍조 씨와의 화투치기’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37) / 유머 만발 - 박미산의 ‘대머리 박홍조 씨와의 화투치기’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37) / 유머 만발 - 박미산의 ‘대머리 박홍조 씨와의 화투치기’ [이미지 편집 = 한송희 에디터]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37) / 유머 만발 - 박미산의 ‘대머리 박홍조 씨와의 화투치기’ 대머리 박홍조 씨와의 화투치기 박미산 부챗살처럼 펼쳐든 패를 읽는다 어이쿠, 박홍조 씨 오셨네 엄마가 매조를 내리친다, 찰싹 경로당 화투 치냐? 엄마의 재촉에 에라, 어차피 효도 화투인데 껍질을 남기고 알맹이를 가져온다 내가 패를 미처 뜨기도 전에 엄마는 흑싸리부터 친다 따닥 새들이 찰싹 붙는다 싹쓸이한 화투판 아버지 보우하사 엄마 날이네 판이 끝날..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36) / 물과 여성성 - 문정희의 ‘물을 만드는 여자’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36) / 물과 여성성 - 문정희의 ‘물을 만드는 여자’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36) / 물과 여성성 - 문정희의 ‘물을 만드는 여자’ [이미지 편집 = 한송희 에디터]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36) / 물과 여성성 - 문정희의 ‘물을 만드는 여자’ 물을 만드는 여자 문정희 딸아, 아무데나 서서 오줌을 누지 말아라 푸른 나무 아래 앉아서 가만가만 누어라 아름다운 네 몸 속의 강물이 따스한 리듬을 타고 흙 속에 스미는 소리에 귀 기울여 보아라 그 소리에 세상의 풀들이 무성히 자라고 네가 대지의 어머니가 되어 가는 소리를 때때로 편견처럼 완강한 바위에다 오줌을 갈겨주고 싶을 때도 있겠지만 그럴 때일수록 제의를 치르듯 조용히 치마를..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35) / 산업화의 그늘 - 윤한로의 ‘분교 마을의 봄’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35) / 산업화의 그늘 - 윤한로의 ‘분교 마을의 봄’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35) / 산업화의 그늘 - 윤한로의 ‘분교 마을의 봄’ [이미지 편집 = 한송희 에디터]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35) / 산업화의 그늘 - 윤한로의 ‘분교 마을의 봄’ 분교 마을의 봄 윤한로 우리 분교 마을엔 산 너머 너머 언니가 가는 체로 쳐 보낸 고운 바람 사택 울타리엔 노란 봄 먼 산엔 붉은 봄 하늘엔 뻐꾹 봄 손등엔 쓰린 봄 내 마음엔 산 너머 너머 언니가 튼 손 씻어주던 아직도 작년 봄 ―(1981. 1 5) 도시로 떠나간 언니가 올해엔 왜 오지 않는 것일까. 분교가 있는 마을이니 산간벽지다. 작년 봄에는 언니가 와서 화자의 튼 손을 씻..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34) / 저 정치가놈들! - 박병순의 ‘그대들 한 솥에 녹여’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34) / 저 정치가놈들! - 박병순의 ‘그대들 한 솥에 녹여’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34) / 저 정치가놈들! - 박병순의 ‘그대들 한 솥에 녹여’ [이미지 편집 = 한송희 에디터]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34) / 저 정치가놈들! - 박병순의 ‘그대들 한 솥에 녹여’ 그대들 한 솥에 녹여 박병순 아무것도 아닌 것들이 큰 의자만 타고 앉아, 권력으로 재고 황금으로 사람을 꼬는다. 보게나 그 감투 그 금력이 몇 대 몇 해를 가나. 멋도 맛도 모르는 것들이 잔뜩 허세만 부리고 서서, 허울만 보고 타산으로 사람을 맞는다. 하기야 욕심만 가득 찬 네가 높고 먼 것을 어찌 보나. 이 모양 요 꼴이라도 대통령도 내 속에 있다. 지구도 ..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33) / 별과 불면 - 김은자의 ‘잠 안 오는 별’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33) / 별과 불면 - 김은자의 ‘잠 안 오는 별’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33) / 별과 불면 - 김은자의 ‘잠 안 오는 별’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33) / 별과 불면 - 김은자의 ‘잠 안 오는 별’ 잠 안 오는 별 김은자 비 내리는 봄날에는 꾸륵꾸륵 산비둘기 울음을 내며 7시발 비둘기호가 두루말이구름 안으로 날아가고, 남부시장에 실려 나온 고추모 가지모 호박고구마모가 명주실 같은 발가락을 꼼지락거리고 서있다 길눈 쌓이는 발 시린 세월을 청보리처럼 참아온 강물이 오늘도 찬 주먹밥 한 덩이 꾸욱 삼키고 비머리한 몸으로 새로 길 떠나는 춘천시 남면 모진강 강둑, 감자밭에 나온 감자 싹이 비꽃에 놀란 두메노랑나비 등에 초록색 ..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32) / 제일 큰 아픔과 기쁨 - 김정인의 ‘일출’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32) / 제일 큰 아픔과 기쁨 - 김정인의 ‘일출’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32) / 제일 큰 아픔과 기쁨 - 김정인의 ‘일출’ [이미지 편집 = 한송희 에디터]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32) / 제일 큰 아픔과 기쁨 - 김정인의 ‘일출’ 일 출 김정인 분만실 창을 가린 블라인드 사이로 수평선이 여러 겹 겹쳐 있다 나는 등 뒤로 딸의 신음소리를 들으며 어둠을 찢고 나오는 우렁찬 햇살 기다리고 있다 해가 내게 당도하려면 울음의 강을 건너야 한다는 생각 산모는 해를 밀어낼 통로를 여느라 제 살 찢는데 혈압 체크하던 간호사는 갈 길 멀었다는 듯 수액 빠진 링거 다시 갈아 끼운다 견딜 수 없이 조여드는 가슴 딸과 나의 공통분모는 탯줄..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31) / 북녘의 어머니 - 함동선의 ‘마지막 본 얼굴’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31) / 북녘의 어머니 - 함동선의 ‘마지막 본 얼굴’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31) / 북녘의 어머니 - 함동선의 ‘마지막 본 얼굴’ [이미지 편집 = 한송희 에디터]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31) / 북녘의 어머니 - 함동선의 ‘마지막 본 얼굴’ 마지막 본 얼굴 함동선 물방앗간 이엉 사이로 이가 시려 오는 새벽 달빛으로 피란길 떠나는 막동이 허리춤에 부적을 꿰매시고 하시던 어머니 말씀 어떻게나 자세하시던지 마치 한 장의 지도를 들여다보는 듯했다 한 시오리 길 산과 들판과 또랑물 따라 나루터에 왔는데 달은 먼저 와 있었다 어른이 된 후 그 부적은 땀에 젖어 다 떨어져 나갔지만 보름마다 또랑물의 어머니 얼굴 두 손으로 뜨면 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