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트라/김지송 엑스트라/김지송 유리 밖, 아스팔트에 빛살 긋는 자동차들 자오록한 땅안개가 꿈결인양 뒤척이는 설 깨인 새벽 여섯 시, 소리 삼킨 버스 안 리허설 없는 연극, 제 일막이 올라갔어 가슴 벽 느루 스미는 헤즐럿 향기처럼 살그레 벼랑끝으로 한 발 한 발 내디뎠어 겹치기 출연에도 보이지 않는 빼곡한 길 .. 시조♠감상해 보자 2010.05.29
소매물도에서/홍원경 소매물도에서/홍원경 햇살이 머물다가 돌아 나온 그 텅빈 집 빛바랜 창호지문 구멍 숭숭 뚫려 있다 주인은 어딜 갔을까, 장독대도 남겨 두고 가풀막진 골목길이 휘돌아 끝나는 곳 폐교 하나 외따롭게 자물쇠 채워져 있다 석양녘, 그림자 끌고 돌아오는 저 고깃배 즉석에서 삶아주는 문어는 보랏빛으로.. 시조♠감상해 보자 2010.05.27
일용할 햇빛/김대룡 일용할 햇빛/김대룡 화목 주변 인부들이 오종종 모여 있다 돋을볕 비늘 터는 난장의 새벽 시간 역전의 물안개마냥 벌개미취 숨 죽인다 기다리던 순번은 끝내 불려지지 않고 아린 복통 실눈 뜨는 몸을 기댄 변기 위에 노루잠 살풋 잠들어 잠겨가는 노역이여 장기 매매 안구 전문 비밀은 절대 보장 끝없.. 시조♠감상해 보자 2010.05.27
젖 물리는 여자/노영임 젖 물리는 여자/노영임 뜨건 국밥 후후 불며 젖 물리고 앉은 여자 어린 건 한껏 배불러 빨다가 조몰락대다 꽉 쥐고 해살거리며 또글또글 웃는다 한길에는 늦게 깨어난 게으른 햇살들이 엉덩이를 흔들며 사뿐사뿐 걸어가는 살짝 휜 S라인 여자들 발꿈치를 좇고 있다. 공갈빵처럼 부푼 가슴 아슬아슬한 .. 시조♠감상해 보자 2010.05.27
고지가 바로 저긴데/이은상 고지가 바로 저긴데/이은상 고난의 운명을 지고 역사의 능선을 타고 이 밤도 허위적거리며 가야만 하는 겨레가 있다. 고지가 바로 저긴데 예서 말 수는 없다 넘어지고 깨어지고라도 한 조각 심장만 남거들랑 부둥켜 안고 가야만 하는 겨레가 있다. 새는 날 피 속에 웃는 모습 다시 한번 보고 싶다. * 자.. 시조♠감상해 보자 2010.05.27
고무신/장순하 고무신/장순하 눈보라 비껴 나는 全 - 群 - 街 - 道 퍼뜩 차창으로 스쳐가는 인정(人情)아! 외딴집 섬돌에 놓인 하 나 둘 세 켤레 <한국의 명시 증보판> 김희보 엮음 --------------------------------------------------- 시각적인 요소를 끌어들여 따뜻한 인정미를 노래한 현대 시조. * 네모 : 섬돌. * 하나 : 시커먼 .. 시조♠감상해 보자 2010.05.27
폭설/문수영 폭설 문수영 나뭇잎 물들이며 가을이 왔다간 저녁 내 머리에 내려앉은 폭설 문득 보았다 날아든 어릴 적 친구 갑작스런 부음訃音 같은 이 계곡 저 능선을 헤매는 꿈을 꾸었다 앙상한 숲 속으로 사람들은 사라지고 온 산을 다 뒤져봐도 내가 보이지 않았다 어둠을 안고 서서 자꾸 뒤돌아다.. 시조♠감상해 보자 2010.05.27
폭설/한서정 폭설/한서정 참았던 이야기다, 끝끝내 못다한 말 다 못쓰고 떠났던 말, 이제 와서 쏟아낸다 전부를 받아 달라며 온 몸으로 말한다. 2006년 2월 샘터 시조. 시조♠감상해 보자 2010.05.27
별/지성찬 별/지성찬 세월을 풀어내어 바다를 채웁니다. 어느 작은 물새가 되어 물 한 모금 찍고 가면 낙도落島의 맑은 하늘에 별이 하나 돋습니다. -시의 맛을 내는 비결에서 <시하늘> 겨울호. 시조♠감상해 보자 2010.05.27
이별 노래 / 박시교 이별 노래 / 박시교 봄에 하는 이별은 보다 현란할 일이다 그대 뒷모습 닮은 지는 꽃잎의 실루엣 사랑은 순간일지라도 그 상처는 깊다 가슴에 피어나는 그리움의 아지랑이 또 얼마의 세월 흘러야 까마득 지워질 것인가 눈물에 번져 보이는 수묵빛 네 그림자 가거라, 그래 가거라 너 떠나보내는 슬픔 어.. 시조♠감상해 보자 2010.05.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