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감상해 보자 1117

땅끝/윤금초

땅끝/윤금초 반도 끄트머리 땅끝이라 외진 골짝 뗏목처럼 떠다니는 전설의 돌섬에는 한 십년 내리 가물면 불새가 날아온단다. 상아질(象牙質) 큰 부리에 선지빛 깃털 물고 햇살 무등 타고 미역 바람 길들여 오는, 잉걸불 발겨서 먹는 그 불새는 여자였다. 달무리 해조음 자갈자갈 속삭이다 십년 가뭄 목마름의 피막 가르는 소리, 삼천년에 한번 피는 우담화 꽃 이울 듯 여자의 속 깊은 궁문(宮門) 날개 터는 소릴 냈다. 몇 날 며칠 앓던 바다 파도의 가리마 새로 죽은 도시 그물을 든 낯선 사내 이두박근… 기나긴 적요를 끌고 휘이, 휘이, 날아간 새여. (『네 사람의 얼굴』. 문학과지성사. 1983) -(문학과지성사 한국문학선집 1900∼2000. 4편 수록 중 1편. 2009) 2010-05-04 / 18시 11분

산딸기/이태극

산딸기/이태극 골짝 바위 서리에 빨가장이 여문 딸기 가마귀 먹게 두고 산이 좋아 사는 것을 아이들 종종쳐 뛰며 숲을 헤쳐 덤비네. 삼동(三冬)을 견뎌 넘고 삼춘(三春)을 숨어 살아 되약볕 이 산 허리 외롬 품고 자란 딸기 알알이 부푼 정열이사 마냥 누려지이다. (『꽃과 여인』. 동민문화사. 1970) -(문학과지성사 한국문학선집 1900∼2000. 4편 수록 중 1편. 2009) 2010-05-01 / 오전 11시 50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