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다시 필사 시

<시조>왕궁리에서 쓰는 편지 /정진희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21. 11. 26. 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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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궁리에서 쓰는 편지

 

정진희

 

 

내 맘속 풀지 못한 그리움 하나 있다

잊히지 않는다는 것은 얼마나 잔인한가

풍탁에 바람을 걸어

그림자로 늙어간들

 

차오르는 달빛조차 감당할 수 없을 즈음

잘 생긴 탑 하나 조용히 옷을 벗는다

손길이 닿기나 했을까

차마 못 지운 떨림 하나

 

, 미륵의 땅 여자 되어 한 천 년은 살아봐야

옥개석 휘어지는 그 아픔을 가늠할지

늦가을 왕궁리에서 쓴다

그대 그대, 그립다.

 

 

 

<2021 41 가람시조문학신인상 수상작>

―『한국동서문학(2019,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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