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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비
김명인
부여잡은 몇 줄에 걸려 넘어지면서
무엇에 홀린 걸까, 이 새벽까지
나는 왜 두서없는 글머리와 씨름하는가?
굽이굽이 붓방아 찍어대는 무딘 연필
네가 무엇으로 짧아지든
몽당빗자루보다 두려울 리 없지만
새벽이 되어서야 겨우 공포를 잠재우고
파지를 쓸어모으고 잠자리를 편다
썼다 지우는 몇 줄 행간이
고비보다 거친 종이 사막임을
곡마(曲馬)의 무릎을 끌어안고서야 깨닫는다
저 말들 주저앉을 때까지
모든 고비는 초심으로 넘어야지!
―『문학청춘』(2022,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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