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시를 읽어야 할 시간

고비 /김명인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23. 1. 26.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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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비

 

김명인

 

 

부여잡은 몇 줄에 걸려 넘어지면서

무엇에 홀린 걸까, 이 새벽까지

나는 왜 두서없는 글머리와 씨름하는가?

굽이굽이 붓방아 찍어대는 무딘 연필

네가 무엇으로 짧아지든

몽당빗자루보다 두려울 리 없지만

새벽이 되어서야 겨우 공포를 잠재우고

파지를 쓸어모으고 잠자리를 편다

썼다 지우는 몇 줄 행간이

고비보다 거친 종이 사막임을

곡마(曲馬)의 무릎을 끌어안고서야 깨닫는다

저 말들 주저앉을 때까지

모든 고비는 초심으로 넘어야지!

 

 

 

―『문학청춘』(2022, 가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