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산 / 곽효환 빈 산 곽효환 여름에 지친 초록들이 서늘한 바람을 부르는 텅 빈 산 뱀 한 마리 맑은 계곡물을 거슬러 오른다 삼각의 머리를 반쯤 물 밖에 내어놓고 온몸을 좌우로 구부려 흔들며 역행하는 힘찬 유선의 유영 어디로 가시는가 물안개 그득한 호수 반쯤 몸을 담근 왕버드나무가 듬성듬성 거.. <시 읽기·우리말·문학자료>/산 ♠ 시 2014.09.03
산가시내 / 한하운 산가시내 한하운 산 두메 하 좁아 앞 뒤 산을 빨랫줄 치네 울 아범 뭐 보고 이 산골에 사나 나이 찬 가시내는 뻐꾹새 울면 머리채 칠렁이어 숨만 가쁘네 ―시집『가도 가도 황톳길』(지문사. 1984. p352) <시 읽기·우리말·문학자료>/산 ♠ 시 2014.09.03
산 / 고영조 산 고영조 아직도 이 땅에 이름없는 산이 있다 지도에도 없다 이름이 없으니 얼마나 좋으랴 내 고향귀현리에도 이름 없는 봉오리가 있다 마을 뒤에 있다고 뒷동산이고 동구 앞에 있다고 앞산이다 그것도 이름이다 이름 없이 그냥 산이고 나무고 사람이면 어떠리 이름 때문에 고생하는 사.. <시 읽기·우리말·문학자료>/산 ♠ 시 2014.09.03
산 / 이자규 산 이자규 누가 먼저였을까 열려진 문과 찾아간 이름의 관계 우린 그렇게 만났다 내 눈으로 비친 언어와 당신 귀에 들리는 풍경의 침전 가지 꺾인 폭설과 뿌리 뽑히는 태풍의 커가는 사랑이란 어느날 비를 몰아내고 별과 함께 오는 밤의 낭독 우연처럼 오는게 아니라는 짐승들의 몸짓 따.. <시 읽기·우리말·문학자료>/산 ♠ 시 2014.09.03
산 아래 식사 / 이홍섭 산 아래 식사 이홍섭 산 아래에서 산과 마주 앉아 밥을 먹으면 낯설고 험한 산길도 누룽지처럼 익어간다 절 밥을 축내던 시절 나는 밥때가 되면 죽어라고 산을 내려와 산을 마주하며 밥을 먹었다 찬물에 밥 말아 먹을지언정 밥은 꼭 세간에서 먹어야 한다고 이 비루먹을 세간에서 ―시집.. <시 읽기·우리말·문학자료>/산 ♠ 시 2014.09.03
산을 보며 / 이해인 산을 보며 이해인 늘 그렇게 고요하고 든든한 푸른 힘으로 나를 지켜 주십시오 기쁠 때나 슬플 때 나의 삶이 메마르고 참을성이 부족할 때 오해받은 일이 억울하여 누구를 용서할 수 없을 때 나는 창을 열고 당신에게 도움을 청합니다 이름만 불러도 희망이 생기고 바라만 보아도 위로가 .. <시 읽기·우리말·문학자료>/산 ♠ 시 2014.09.03
내 안에서 크는 산 / 이해인 내 안에서 크는 산 이해인 좋아하면 할수록 산은 조금씩 더 내 안에서 크고 있다 엄마 한번 불러 보고 하느님 한번 불러 보고 친구의 이름도 더러 부르면서 산에 오르는 날이 많아질수록 나는 조금씩 산을 닮아가는 것일까? 하늘과 바다를 가까이 두고 산처럼 높이 솟아오르고 싶은 걸 보.. <시 읽기·우리말·문학자료>/산 ♠ 시 2014.09.03
흐르는 산 / 임동윤 흐르는 산 임동윤 내 마음의 산 하나 있다 다가서면 멀리 달아나는 산 만질 수도 냄새를 맡을 수도 없는 산 그 산으로 달려가면 내 속엔 늘 새로움이 하나 또 다른 마음이 하나 그 속의 크고 높다란 산 그리고 보이지 않는 숲과 계곡 그 속에서 나는 흔들렸다 흔들리면서 바람이 되었다 눈.. <시 읽기·우리말·문학자료>/산 ♠ 시 2014.09.03
길 아닌 곳에 들다 / 이성부 길 아닌 곳에 들다 이성부 수북이 잠자는 낙엽들 뒤흔들어 깨워놓고 가는 내 발걸음 송구스럽다 놀라지들 말거라 나도 이파리 하나 슬픔을 아는 미물일 따름이니 ―시집『도둑 산길』(책만드는집, 2010. 3) <시 읽기·우리말·문학자료>/산 ♠ 시 2014.09.03
산 2 / 이성부 산 2 이성부 설 자리를 잃어버린 사람들이 산을 찾아 들어간다 그 산에 너르고 착한 다른 세상이 있구나 ―시집『도둑 산길』(책만드는집, 2010. 3) <시 읽기·우리말·문학자료>/산 ♠ 시 2014.09.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