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필사 시 66

고정희 시집.........첫째거리-축원마당

내용소개 『초혼제』 이후 6년 만에 펴내는 두번째 장시집. ‘첫째거리―축원마당’에서 시작해 ‘본풀이마당’과 지리산과 구월산의 ‘해원마당’에 이어 광주의 ‘진혼마당’을 거쳐 ‘대동·통일마당’으로 이어지는 마당굿판의 실제 공연을 위해 씌어진 이 장시에는 여성·인간해방의 큰 길이 노래되고 있다. 첫째거리-축원마다 여자 해방염원 반만년 1. 사람의 본이 어디인고 하니 어머니여 마음이 어질기가 황하 같고 그 마음 넓기가 우주천체 같고 그 기품 높이가 천상천하 같은 어머니여 사람의 본이 어디인고 하니 인간세계 본은 어머니의 자궁이요 살고 죽는 뜻은 팔만사천 사바세계 어머니 품어주신 사랑을 나눔이라 그 품이 어떤 품이던가 산 넘어 산이요 강 건너 강인 세월 홍수 같은 피땀도 마다하지 않으시고 조석으로 이어지는 피눈물..

2008 필사 시 2021.01.19

나의 포르노그라피/박이화 -상한 영혼을 위하여/고정희 -그대 생각/고정희

나의 포르노그라피/박이화 썩은 사과가 맛있는 것은 이미 벌레가 그 몸에 길을 내었기 때문이다 뼈도 마디도 없는 그것이 그 몸을 더듬고, 부딪고, 미끌리며 길을 낼 동안 이미 사과는 수천 번 자지러지는 절정을 거쳤던 거다 그렇게 처어철 넘치는 당도를 주체하지 못해 저렇듯 덜큰한 단내를 풍기는 거다 봐라 한 남자가 오랫동안 공들여 길들여 온 여자의 저 후끈하고 물큰한 검은 음부를 07.12.24 낮12시 45분 필사 ------------------------------------------ 6 상한 영혼을 위하여/고정희 상한 갈대라도 하늘아래선 한 계절 넉넉히 흔들리거니 뿌리 깊으면서 밑둥 잘리어도 새순은 돋거니 충분히 흔들리자 상한 영혼이여 충분히 흔들리며 고통에게로 가자 뿌리없이 흔들리는 부평초 잎이라..

2008 필사 시 2021.01.19

수필 따라 써보기 -좋은 생각 12월호에서 /천양희

수필 연습 부칠 곳 없는 편지 엄마가 이혼을 하고 집을 떠난 뒤 아버지와 할머니 앞에서는 '엄마' 라는 단어를 말할 수 없었다. 그때 나는 열한 살. 겉으로는 아닌 척해도 엄마에 대한 그리움은 시간이 흐를수록 더 짙어갔다. 그해 겨울 어렵게 외갓집 주소를 알아내 식구들 몰래 엄마에게 편지를 보냈는데 답장은 오지 않았다. 내가 보낸 편지가 되돌아오지는 않았으니까 누군가 받았을 것이라는 기대를 저버리지 못했다. 그래서 다음 해 봄이 다 갈 때까지 학교 끝나고 집에 오면 우편함에 먼저 인사를 했다. 그로부터 10년이란 세월이 흐른 뒤 아버지께서 돌아가셨다. 그런데 유품을 정리하다 편지 한 통을 발견했다. 그 편지는 바로 내가 엄마에게 보낸 편지였다. 수취인 불명으로 되돌아온 편지. 아버지는 그 편지를 내게 전..

2008 필사 시 2021.01.19

따라 써보기 -떠도는자의 노래 신경림/이름을 지운다 허형만/희망 나태주/졸부가 되어 김희구

따라 써 보기 ......... 07.12.23 다시 시작 1 떠도는 자의 노래/신경림 외진 별정우체국에서 무엇인가를 놓고 온 것 같다 어느 삭막한 간이역에서 누군가를 버리고 온 것 같다 그래서 나는 문득 일어나 기차를 타고 가서는 눈이 펑펑 쏟아지는 좁은 골목을 서성이고 쓰레기들이 지저분하게 널린 저잣거리도 기웃댄다. 놓고 온 것을 찾겠다고 아니, 이미 이 세상에 오기 전 저 세상 끝에 무엇인가를 나는 놓고 왔는지도 모른다. 쓸쓸한 나룻가에 누군가를 버리고 왔는지도 모른다. 저 세상에 가서도 다시 이 세상에 버리고 간 것을 다시 찾겠다고 헤매고 다닐지 모른다 07.12.23 필사 ---------------------------------------------------- 2 이름을 지운다/허영만 수첩..

2008 필사 시 2021.01.19

신경림 시선집......4.5.6편

4 씨름 난장 이 끝났다 작업복 소매 속이 썰렁한 장바닥. 외지 장꾼들은 짐을 챙겨 정미소 앞에서 트럭을 기다리고 또는 시름판 뒷전에 몰려 팔짱을 끼고 술렁댄다 깡마른 본바닥 장정이 타곳 씨름꾼과 오기로 어우러진 상씨름 결승판. 아이들은 깡통을 두드리고 악을 쓰고 안타까워 발을 동동 구르지만 마침내 나가떨어지는 본바닥 장정. 백중 마지막 날. 해마다 지기만 하는 씨름판 노인들은 땅바닥에 침을 배앝다. 타곳 씨름꾼들은 황소를 끌고 장바닥을 돌며 신명이 났는데 학교 마당을 벗어나면 전깃불도 나가고 없는 신작로. 씨름에 져 늘어진 장정을 앞세우고 마을로 돌아가는 행렬은 참외 수박 냄새에도 이제 질리고 면장 집 조상꾼들처럼 풀이 죽었다. 07/12/27/아참 8시7분 5 파장罷場 못난 놈들은 서로 얼굴만 봐도 ..

2008 필사 시 2021.01.19

신경림 시선집 1.....1 2 3

신경림 시선집 1 1 겨울밤 우리는 협동조합 방앗간 뒷방에 모여 묵내기 화투를 치고 내일은 장날. 장꾼들은 왁자지껄 주막집 뜰에서 눈을 턴다. 들과 산은 온통 새하얗구나. 눈은 펑펑 쏟아지는데 쌀값 비료값 애기가 나오고 선생이 된 면장 딸 애기가 나옥. 서울로 식모살이 간 분이는 아기를 뱄다더라. 어떡할거나. 술에라도 취해볼거나. 술집 색시 싸구려 분 냄새라도 맡아볼거나. 우리의 슬픔을 아는 것은 우리뿐. 올해에는 닭이라도 쳐볼거나. 겨울밤은 길어 묵을 먹고. 술을 마시고 물세 시비를 하고 색시 젓갈 장단에 유행가를 부르고 이발소집 신랑을 다루러 보리밭을 질러가면 세상은 온통 하얗구나. 눈이여 쌓여 지붕을 덮어다오 우리를 파묻어다오. 오종대 뒤에 치마를 둘러쓰고 숨은 저 계집애들한테 연애편지라도 띄워볼거..

2008 필사 시 2021.0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