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 묘비墓碑 쓸쓸히 살다가 그는 죽었다. 앞으로 시내가 흐르고 뒤에 산이 있는 조용한 언덕에 그는 묻혔다. 바람이 풀리는 어느 다스운 봄날 그 무덤 위에 흰 나무비가 섰다. 그가 보내던 쓸쓸한 표정으로 서서 바람을 맞고 있었다. 그러나 비는 아무것도 기억할 만한 옛날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어언듯 거멓게 빛깔이 변해가는 제 가냘픈 얼굴이 슬펐다. 무엇인가 들릴 듯도 하고 보일 듯도 한 것에 조용히 귀를 대이고 있었다. 08.01.04/아침 9시 24분 41 심야深夜 1 쓸쓸히 죽어간 사람이여. 산정에 불던 바람이여. 달빛이여. 지금은 모두 저 종 뒤에서 종을 따라 울고 있는 것들이여. 이름도 모습도 없는 것이 되어 내 가슴속에 쌓여오고 있는 것들이여. 2 어느날엔가 나도 그들과 같은 것이 되어 그들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