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5 강길 2 새참이 지났는데도 장이 서지 않는다 먼지를 뒤집어쓰고 버스가 멎고 고추부대 몇자루가 내려와도 사람들은 고샅에 모여 해장집 의자에 앉아 더 오르리라는 수몰보상금 소문에 아침부터 들떠 있다 농협창고에 흰 페인트로 굵게 그어진 1972년의 침수선 표시는 이제 아무런 뜻도 없다 한 반백년쯤 전에 내 아버지들이 주머니칼로 새겼을 선생님들의 별명 또는 이웃 계집애들의 이름이 헌 티처럼 붙어 있는 플라타너스 나무들만이 다시는 못 볼 하늘을 향해 울고 있다 학교로 올라오는 물에 잠길 강길을 굽어보며 학교 마당을 좁게 메운 채 울고 있다 08.01.22/ 0시 9분 116 진도의 무당 진도에서 자정께 시작된 굿은 동이 터도 끝나지 않는다 혼일랑 아예 원혼의 길잡이로 멀리 구천으로 나들이를 보내고 무당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