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필사 시 66

한국의 명시 -해(海)에게서 소년에게 / 최남선 ~고은까지 50여편

한국의 명시 해(海)에게서 소년에게 / 최남선 불놀이 / 주요한 부끄러움 / 주요한 봄 / 황석우 첫날 밤 / 오상순 방랑의 마음 / 오상순 별의 아픔 / 남궁벽 북청 물장수 / 김동환 산 너머 남촌에는 / 김동환 사랑 / 장만영 달·포도·잎사귀 / 장만영 우라지오 가까운 항구에서 / 이용악 여승 (女僧) / 백 석 바다와 나비 / 김기림 논개(論介) / 변영로 봄비 / 변영로 알 수 없어요 / 한용운 님의 침묵 / 한용운 향수 / 정지용 말(馬) / 정지용 세월이 가면 / 박인환 목마와 숙녀 / 박인환 초혼(招魂) / 김소월 옛이야기 / 김소월 산유화 / 김소월 산 너머 남촌에는 / 김동환 보리 피리 / 한하운 봄은 간다 / 김 억 은행나무 그늘 / 백기만 가정 / 이상 윤사월(閏四月) / 박목월 나그..

2008 필사 시 2021.01.21

신경림 시선집 1...85.86.87.88.89.80

85 어둠으로 인하여 복사나무 노간주나무 아래 여자들이 울고 있다 잡목숲 넝쿨 사이 스쳐온 한숨 모랫벌에 뱃전에 부서지는 물소리 고샅에 디딜방앗간에 어둠이 엉겨붙고 술렁이고 소용돌이치고 서로 부르고 원귀가 되어 잡귀가 되어 밤새껏 미친 듯이 맴을 돌고 춤을 추고 여자들이 울고 있다 형제들을 부르고 있다 노간주나무 물푸레나무 아래 어둠으로 인하여 원통한 죽음들로 인하여 08.01.15/ 밤 12시 33분 86 어느 장날 엽연초조합 뒤뜰에 복사꽃이 피어 밖을 넘보고 있다. 정미소 앞, 바구니 속에서 목만 내놓은 장닭이 울고 자전거를 받쳐놓은 우체부가 재 넘어가는 오학년짜리들을 불러세워 편지를 나눠주고있는 늦오후 햇볕에 까맣게 탄 늙은 옛친구 들이 서울 색시가 있는 집에서 내게 술대접을 한다. 산다는 일이 온..

2008 필사 시 2021.01.21

고정희 유고시집 28.29.30.31.32.33

농사꾼이 머리노동자에게 일년에 세번씩 추수하는 동남아에서나 일년에 한번씩 추수하는 북아시아에서나 농사꾼의 세상은 한가지로 쓸쓸 쓸쓸하니, 우리 농사꾼 땀에서 거둔 것은 똥값 오물값이 되고 당신네 지식인 머리에서나온 것은 기름값 금값이라지요 우리 농사꾼이 기댄 땅은 '농자천하지망'이 되고 당신에 식자층이 가진 땅은 '부자천하지본'이라지요 우루과이 라운드로 재갈을 물리고 어허 풍년이면 재앙이야 농수산물 수입개방 백골난망이야 땀에서 거둔 것이 똥값으로 둔갑하고 머리에서 나온 것이 금값으로 출몰하는 세상이 당신네 삼대를 누빈다 해도 농민은 거짓을 추수할 수 없습니다 농민은 전쟁을 추수할 수 없습니다 농민은 횡재를 추수할 수 없습니다 부자천하지본을 갈아엎는 날이 와도 땀에서 거둔 것은 백성의 내력을 그러안고 기다..

2008 필사 시 2021.01.21

고정희 / 몸바쳐 밥을 사는 사람 내력 한마당

밥과 자본주의 몸바쳐 밥을 사는 사람 내력 한마당 (쑥대머리 장단이 한바탕 지나간 뒤 육십대 여자 나와 아니리조로 사설) 구멍 팔아 밥을 사는 여자 내력 한 대목 조선 여자 환갑이믄 세상에 무서운 것 없는 나이라지만 내가 오늘날 어떤 여자간디 이 풍진 세상에 나와서 가진 것 없고 배운 것 없는 똥배짱으루 사설 한 대목 늘어놓는가 연유를 묻거든 세상이 묻는 말에 대답할 것 없는 여자, 그러나 세상이 묻는 말에 대답할 것 없는 팔자치고 진짜 할 말 없는 인생 못 봤어 내가 바로 그런 여자여 대저 그런 여자란 어뜬 팔자더냐 (장고, 쿵떡) 팔자 중에 상기박한 팔자를 타고나서 부친 얼굴이 왜놈인지 뙤놈인지 로스케인지 국적 없는 난리통 탯줄 잡은 인생이요 콩 보리를 분별하고 철든 그날부터 가정훈짐 부모훈짐 쐬본 ..

2008 필사 시 2021.01.21

고정의 유고시집...22.23.24.25.26.27

22 밥과 자본주의 몸바쳐 밥을 사는 사람 내력 한마다 (쑥대머리 장단이 한바탕 지나간 뒤 육십대 여자 나와 아니리조로* 사설) 구멍 팔아 밥을 사는 여자 내력 한 대목 조선 여자 환갑이믄 세상에 무서운 것 없는 나이라지만 내가 오늘날 어떤 여자간디 이 풍진 세상에 나와서 가진 것 없고 배운 것 없는 똥배짱으루 사설 한 대목 늘어놓는가 연유를 묻거든 세상이 묻는 말에 대답할 것 없는 여자, 그러나 세상이 묻는 말에 대답할 것 없는 팔자치고 진짜 할 말 없는 인생 못 봤어 내가 바로 그런 여자여 대저 그런 여자란 어뜬 팔자더냐 (장고, 쿵떡) 팔자 중에 상기박한 팔자를 타고나서 부친 얼굴이 왜놈인지 뙤놈인지 로스케인지 국적 없는 난리통 탯줄 잡은 인생이요 콩 보리를 분별하고 철든 그날부터 가정훈짐* 부모훈..

2008 필사 시 2021.01.21

신경린 시선집 1...79.80.81.82.83.84

79 나는 부끄러웠다 어린 누이야 차고 누진 네 방에 낡은 옷가지들 라면봉지와 쭈그러진 냄비 나는 부끄러웠다 어린 누이야 너희들의 힘으로 살쪄가는 거리 너희들의 땀으로 기름져가는 도시 오히려 그것들이 너희들을 조롱하고 오직 가난만이 죄악이라 협박할 때 나는 부끄러웠다 어린 누이야 벚꽃이 활짝 핀 공잘 담벽 안 후지레한 초록색 작업복에 감겨 꿈 대신 분노의 눈물을 삼킬 때 나는 부끄러웠다 어린 누이야 투박한 손마디에 얼룩진 기름때 빛바랜 네 얼굴에 생활의 흠집 야윈 어깨에 밴 삶의 어려움 나는 부끄러웠다 어린 누이야 나는 부끄러웠다 어린 누이야 우리들 두려워 얼굴 숙이고 시골 장바닥 뒷골목에 쳐박혀 그 한 겨우내 술놀음 허송 속에 네 울부짖음만이 온 마을을 덮었을 때 들을 메우고 산과 하늘에 넘칠 때 네 ..

2008 필사 시 2021.01.21

신경림 시선집 1...73.74.75.76.77.78

73 군자君子에서 협퀘열차는 서서 기적만 울리고 좀체 떠나지 못한다 승객들은 철로에 나와 앉아 봄볕에 가난을 널어 쪼이지만 염전을 쓸고 오는 바닷바람은 아직 맵차다 산다는 것이 갈수록 부끄럽구나 분홍 커튼을 친 술집 문을 열고 높은 구두를 신은 아가씨가 나그네를 구경하고 섰는 촌 정거장 추레한 몸을 끌고 차에서 내려서면 쓰러진 친구들의 이름처럼 갈라진 내 손등에도 몇 줄기의 피가 밴다 어차피 우리는 형제라고 아가씨야 너는 그렇게 말하는구나 가난과 설움을 함께 타고난 아무것도 잃은 것이 없는 형제라고 역 앞 장터 골목은 누렇게 녹이 슬고 덜컹대는 판장들이 허옇게 바랬는데 석탄연기를 내뿜으며 헐떡이는 기차에 뛰어올라 숨을 몰아쉬면 나는 안다 많은 형제들의 피와 눈물이 내 등뒤에서 이러헤 아우성이 되어 내 몸..

2008 필사 시 2021.01.21

고정희 유고시집 1부 밥과 자본주의 18.19.20.21

18 밥과 자본주의 우리 시대 산상수훈 내 뒤를 따르고 싶거든 남의 발을 씻어주라 씻겨주라, 예수 말씀하셨네 그러나 우리 사는 시대는 자기 자랑 시대, 남의 발 씻기는 이 따로 있으니 그대를 세상은 몸종이라 부르네 내 십자가를 지고 싶거든 원수를 사랑하라 사랑하라, 예수 말씀하셨네 그러나 우리 사는 시대는 남북분단 시대, 원수 사랑하는 이 여기 있으니 그대를 세상은 빨갱이라 부르네 내 기적을 알고 싶거든 오른빰을 치념 왼빰도 내밀고 오 리를 가라 하면 십 리까지 따라가라 따라가라, 예수 말씀하셨네 그러나 우리 사는 시대는 먹이사슬의 시대, 몸을 달라 하면 쓸개까지 주는 이 딸로 있으니 그대를 세상은 창녀라 부르네 내 평화를 누리고 싶거든 땅에서 가난하라, 땅위에 재물을 쌓지 마라, 주님 말씀하셨네 그러나..

2008 필사 시 2021.01.21

고정희 유고시집...15.16.17

16 밥과 자본주의 왜밥 ·왜자 · 왜교를 경고함 자고로 왜밥은 신민을 만든다(아시아 바람의 전언) 유사 이래 왜자는 매국을 만든다(마닐라 통신) 초지일관 왜교는 낚싯밥을 만든다(차이나 유언비어) 경고한다 경고한다 한국 전국토에 퍼져 있는 코끼리 밥통 속의 왜밥 전자공학 속의 왜자 소니음향기기 속의 왜교를 경계하라 (조선항일투쟁경보) 남북 금수강산의 왜똥 전지화 왜똥 수질오염화를 십사대 국회에 긴급 동의함 (공해반대시민운동) 밥과 자본주의 해방절 도성에 찾아오신 예수 오십억의 해가 뜨는 조용한 분단의 나라 해동조선에서 단군개천 오천년, 그리 통일염원 오십년 만에 드디어 해방절 운동이 시작되었다 감옥에 갇힌 자가 풀려나고 빚에 묶인 자가 빚을 탕감받으며 억울한 자가 그 억울함에서 위로받는가 하면 소작인이 ..

2008 필사 시 2021.01.21

신경림 시선집 1....67.68.69.70.71.72

67 돌개바람 청미래덩굴 덮인 서낭당 돌무덤 당산에 모여드는 검은 먹구름 상나무* 그늘에서 날 저무는 걸 보았다 묵밭에서* 우는 풀벌레소리 들었다 바람아 바람아 돌개바람아 돌아라 한백날 돌개바람아 사흘장 파장 끝낸 취한 장꾼들 침 두 번 뱉고 왼발 세 번 구를 제 내 온몸에 모래바람 엉겨붙더라 내 눈에서 파랑불꽃 번득이더라 바람아 바람아 돌개바람아 돌아라 한백날 돌개바람아 칠팔월 역병막이 수수깡 바자 동네 사람 돌팔매에 목 움츠리고 삼밭에 숨어 서서 그이 오길 기다렸다 어둠 속에 달처럼 환히 뜨길 기다렸다 08.01.11/저녁 6시 29분 *상나무 -향나무 *묵밭 - 묵정밭 - 버려두어서 거칠게 된 밭/휴경지 역병막이 - 액막이- 민속에서 전염병 따위 몹쓸 병을 막는다고 집 안팎에 두는 물건. 68 江村..

2008 필사 시 2021.0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