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필사 시 66

소월 시/따라 써보기

소월 시 따라 쓰기 ㄱ 제목의 시 1 가는 길/소월 그립다 말을 할까 하니 그리워 그냥 갈까 그래도 다시 더 한번(番)…… 저 산(山)에도 까마귀, 들에 까마귀, 서산(西山)에는 해 진다고 지저깁니다 앞강(江)물, 뒷 강(江)물, 흐르는 물은 어서 따라 오라고 따라 가자고 흘러도 연달아 흐릅디다려. 98.02.02/ 오후 3시 55분 ▷ 연달아 : 연(連)달아. 연이어. 계속해서 이어지는. ▷ 흐릅디다려 : '흐릅디다'와 '그려'의 융합형 2 가을 아침에 어둑한 퍼스렷한 하늘 아래서 회색(灰色)의 지붕들은 번쩍거리며, 성깃한 섶나무의 드문 수풀을 바람은 오다가다 울며 만날 때, 보일락말락하는 멧골에서는 안개가 어스러히 흘러쌓여라. 아아 이는 찬비 온 새벽이러라. 냇물도 잎새 아래 얼어붙누나. 눈물에 쌓여..

2008 필사 시 2021.01.20

고정희 시집...네째거리--진혼마당 10.11.12.13

10 . 한 이름을 부르면 산천초목이 울고 일천간장 갈가리 찢어지는 이 사연 내장에 고춧가루 확 뿌리는 이 곡절 어느 누가 풀어주며 어느 누가 씻어주리까 마른 낙엽에 불붙은 가을인 양 피가 타고 살이 타고 목이 타는 어머니 죄짐 같은 팔년 세월 아들 딸 제상 앞에 통곡 한 사발 따라 음복합니다 구천에 떠도는 혼백 목놓아 호명합니다 한 이름을 부르면 산천초목이 울고 두 이름을 부르면 천지신명 호곡소리 인륜으로도 천륜으로도 감당할 수 없으니 불쌍하고 애달픈 우리 어머니 혼절한 두 눈에 칼이 되고 화살이 되어 꽂히는 이름 이 이름에 맺힌 사연 저 이름에 맺힌 누명 설설이 풀어내사 맑고 곱게 씻어 원왕생 원왕생 인도하사이다 11. 벼랑 끝에 서 있는 우리 인생 거두소서 거두소서 칼날을 거두소서 벼랑 끝에 서 있..

2008 필사 시 2021.01.20

고정희 시집....네찌거리--진혼마당 5.6.7.8.9

5. 우리 아들딸의 혼백 깃들 곳 어딥니까 날아가는 새들도 깃들 곳 있고 흐르는 강물도 쉴 곳이 있다지요 지나가는 바람도 멈추는 곳이 있고 한철 장마비도 그칠 때가 있다지요 사람이 죽으면 흙으로 돌아가고 태어나는 사람마다 생기복덕 따로인데 비명에 죽어간 우리 아들딸 혼백은 높고 높은 하늘에도 깃들지 못하고 죄 많은 에미 가슴통 파고 들어앉아 자나깨나 앉으나 서나 애갖장 찢는 호곡소리* 음산한 구천에 비길바 아닌지라 태어나는 목숨에 피를 주고 살을 주는 어머니여, 에미 가슴 속에 묻어둔 시체 육탈도 안되고 씻김도* 안된 시체 살아 있는 등짝에 썩은 살로 엉겨붙어 어머니 원 풀어주세요, 호령을 했다가 육천 마디 모세혈관에 검음은 피로 얼어붙어 어머니 우리 진실 밝혀주세요, 구곡간장 찢는 소리에 세월 이옵니다..

2008 필사 시 2021.01.19

신경림 시선집 1....16.17.18편

16 폭풍 자전거포도 순댓국집도 문을 닫았다 사람들은 모두 장거리로 쏟아져나와 주먹을 흔들고 발을 굴렀다 젊음이들이 징과 꽹과리를 치고 처녀애들은 그 뒤를 따르며 노래를 했다 솜뭉치에 석윳불이 당겨지고 학교마당에서는 철 아닌 씨름팔이 벌어졌다 그러다 갑자기 겨울이 와서 먹구름이 끼더니 진눈깨비가 쳤다 젊은이들이 흩어져 문 뒤에 가 숨고 노인과 여자들만 비실대며 잔기침을 했다 그 겨우내 우리는 두려워서 떨었다 자전거포도 순댓국집도 끝내 문을 열지 않았다 07.12.29./아침 8시 56분 17 그날 젊은 여자가 혼자서 상여 뒤를 따르며 운다 만장도 요령도 없는 장렬 연기가 깔린 저녁길에 도깨비 같은 그림자들 문과 창이 없는 거리 바람은 나뭇잎을 날리고 사람들은 가로수와 전봇대 뒤에 숨어서 본다 아무도 죽은..

2008 필사 시 2021.01.19

신경림 시선집 1.......13.14.15편

13 오늘 국수 빈 사발에 막걸리로 채워진 뱃속 농자천하지대본 농기를 세워놓고 면장을 앞장 세워 이장집 사랑 마당을 돈다 나라 은혜는 뼈에 스며 징소리 꽹과리소리 면장은 곱사춤을 추고 지도원은 벅구를 치고 양곡증산 13.4프로에 칠십리 밖엔 고속도로 누더기를 걸친 동네 애들은 오징어를 훔치다가 술동이를 엎다 용바위집 영감의 죽음 따위야 스피커에서 나오는 방송국만도 못한 일 아낙네들은 취해 안마당에서 노랫가락을 뽑고 처녀들은 뒤울안에서 새 유행가를 익히느라 목이 쉬어 펄럭이는 농기 아래 온 마을이 취해 돌아가는 아아 오늘은 무슨 날인가 무슨 날인가 벅구 - 북 전남 08.12.28/밤 11시 47분 14 갈 길 녹슨 삽과 괭이를 들고 모였다 달빛이 환한 가마니 창고 뒷수풀 뉘우치고 그리고 다시 맹세하다가 ..

2008 필사 시 2021.01.19

신경림 시선집 1....10.11.12

10 어느 8월 빈 교실에서 누군가 오르간을 탔다 빨래바위 봇물에 놓은 어항에는 좀체 볼거지들이 들지 않아 배꼽에도 차지 않는 물에 드나들며 뜨거운 오후를 참외만 깎았다 해가 설핏하면 미장원 계집애들이 고기 잡는 구경을 나와 마침내 한데 어울러 해롱대었으나 싸늘한 초저녁 풀 이슬에도 하얀 부름달에도 우리는 부끄러웠다 샛길로 해서 장터로 들어서면 빈 교실에서는 오르간 소리도 그치고 양조장 옆골목은 두엄냄새로 온통 세상이 썩는 것처럼 지겨웠다 07.12.28/밤 11시 13분 11 잔칫날 아침부터 당숙은 주정을 한다 차일 위에 덮이는 스잔한 나뭇잎. 아낙네들은 뒤울안에 엉겨 수선을 떨고 새색시는 신랑 자랑에 신명이 났다. 잊었느냐고 당숙은 주정을 한다. 네 아버지가 죽던 날을 잊었느냐고. 저 얼빠진 소리에 ..

2008 필사 시 2021.01.19

신경림 시선집 1.......7.8.9편

7 농무農務 징이 울린다 막이 내렸다 오동나무에 전등이 달린 가설무대 구경꾼이 돌아가고 난 텅 빈 운동장 우리는 분이 얼룩진 얼굴로 학교 앞 소줏집에 몰려 술을 마신다 답답하고 고달프게 사는 것이 원통하다 꽹과리를 앞장세워 장거리로 나서면 따라붙어 악을 쓰는 건 쪼무래기들뿐 처녀애들은 기름집 담벽에 붙어서서 철없이 킬킬대는구나 보름달은 밝아 어떤 녀석은 꺽정이처럼 울부짖고 또 어떤 녀석은 서림이처럼 해해대지만 이까짓 산구석에 쳐박혀 발버둥친들 무엇하랴 비료값도 안 나오는 농사따위야 아예 여편네에게나 맡겨두고 쇠전을 거쳐 도수장 앞에 와 둘 때 우리는 점점 신명이 난다 한 다리를 들고 날라리를 불거나 고갯짓을 하고 어깨를 흔들거나 07.12.28./아침 8시 53분 8 꽃, 그늘 소주병과 오징어가 놓인 협..

2008 필사 시 2021.01.19

고정희 시집.........네찌거리--진혼마당/1.2.3.4

넷째거리--진혼마당 넋이여, 망월동에 잠든 넋이여 1. 오월 어머니가 부르는 노래 어머니의 피눈물로 이름 석자를 적고 아버지의 통곡으로 원혼을 불러 어느 누가 올리는 축원원정인가 하옵거든, 어느 뉘 집 부귀영화를 빌고 자손만대 생기복덕을* 기리는 안택굿이 아닙니다 한 집안 삼대에 걸친 평안을 빌고 십대가 곱게 나기를 발원하는 대감굿이 아닙니다 하나를 투자하여 백을 벌어들이고 백을 밑천삼아 천석꾼을 삼자 하는 재수굿 안택굿은 더욱 아닙니다 사람마다 뿌리 두는 어머니 하늘을 움직이고 땅을 울리는 어머니 그 단장의 아픔으로 불러보는 이름 석자 비명절규 사연 여기 있사외다 원통하고 절통하여 대낮의 해도 빛을 잃고 지나가던 바람도 가던 길을 멈추는 한 고을 떼죽음 사연 일가족 몰살 사연 줄줄이 비명횡사 사연 여기..

2008 필사 시 2021.01.19

고정희 시집......셋째거리--혜원마다

셋째거리--혜원마다 지리산에 누운 어머니 구월산에 잠든 어머니 1. 옷고름 휘날리며 치맛자락 펄럭이며 들어오신다 들어오신다 어머니 강물 들어오신다 옷고름 휘날리며 치맛자락 펄럭이며 앞서거니 뒤서거니 어머니강물 들어오신다 살아생전 못 다 푼 원 저승엔들 잊었으리 오매불망 고향산천 구천엔들 잊을손가 그리운 얼굴 찾아 어머니강물 들어오신다 큰어머니 뒤에 작은어머니 작은어머니 뒤에 젊은 어머니 젊은 어머니 뒤에 종살이 어머니 종살이 어머니 뒤에 씨받이 어머니 조모 앞에 고모 이모 앞에 숙모 침모 앞에 당모 계모 앞에 유모 앞서거니 뒤서거니 어머니강물 들어오신다 매맞아 죽은 어머니 들어오시고 칼맞아 죽은 어머니 들어오시고 총맞아 죽은 어머니 들어오시고 원통해 죽은 어머니 들어오시고 시국 난리에 죽은 어머니 들어오..

2008 필사 시 2021.01.19

고정희 시집........둘째거리-본풀이 마당

둘째거리-본풀이 마당 여자가 무엇이며 남자 또한 무엇인고 1. 천황씨 속에서 여자가 태어날 때 아하 사람아 여자가 무엇이며 남자 또한 무엇인고 바늘 간 데 실 가고 별 뜨는 데 하늘 있듯 남자와 여자가 한짝으로 똑같이 천지신명 속에 든 사람인지라 높아도 안되고 낮아도 안되는 우주전체 평등한 저울추인지라 청황씨 속에서 여자가 태어나고 지황씨 속에서 남자가 태어날 제 히황씨와 천황씨 둘도 아닌 한몸 이뤄 천지공사간 맞들고 번창하고 운수대통하야 천대 만대 사람의 뜻 누리라 하였을 제 여자 남자 근본은 제 안에 있는지라 사람의 뜻이 무엇인고 하니 팔만사천 사바세계 생로병사 어머니 태아 주신 융기를 나눔이라 태산의 높이를 헤아려 어머니 닦아주신 대동을 받듦이라 영락없는 동지요 영락없는 배필삼아 속았구나 하면서 속..

2008 필사 시 2021.0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