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필사 시 66

신경림 시선집 1....두 번째 시집 새재/61.62.63.64.65.66

시경림 시선집 1....첫 번째 시집 끝나고 두 번째 시집 [새재]입니다. [새재]는 1979년 출간되었고 시 쓰는 스타일이나 특별한 변화가 없습니다. 이 시집들을 읽어보면 유달리 두렵다는 말이 많이 나오고 부끄럽다는 말도 자주 나옵니다. 신경림 시인은 김지하 시인처럼 투사형이 아니었지요. 김지하 시인은 세태를 풍자하는 [오적] 같은 시를 발표하고 몸으로 저항을 하다가 갇히는 몸이 되어 사형선고까지 받았었지요. 그런데 신경림 시인은 겁이 많았는지 실세로 운동권에 뛰어들지도 않았으면서 연루될 것이 두려워 시골로 숨어 들지요. 그 십년의 잃어버린 세월이? 시골생활이 파장, 농무 , 목계장터 같은 시를 얻는 계기가 되었구요. 목계장터 같은 시는 님도 보셨지요. 바쁜 생활에서 시를 보는 즐거움이 있는 것도 괜찮..

2008 필사 시 2021.01.20

신경림 시선집 1...58.59.60

58 처서기處暑記 여름 들어 나는 찾아갈 친구도 없게 되었다 사글세로 든 시장 뒤 반찬가게 문간방은 아침부터 찌는 것처럼 무덮고 종일 아내가 뜨개질을 하러 나가 비운 방을 지키며 나는 내가 미치지 않는 것이 희한했다* 때로 다 큰 집쥔 딸을 잡고 객쩍은 농지거리로 핀통이를* 맞다가 허기가 오면 미장원 앞에 참외를 놓고 파는 동향 사람을 찾아가 우두커니 앉았기도 했다 우리는 곧잘 고향의 벼농사 걱정을 하고 떨어지기만 하는 소값 걱정을 하다가도 처서가 오기 전에 어디 공사장을 찾아 이 지겨운 서울을 뜨자고 별러댔다 허나 봉지쌀을 안고 돌아오는 아내의 초췌하고 고달픈 얼굴은 내 기운을 꺾었다 고향 근처에 수리조합이 생긴다는 소문이었지만 아내의 등에 업혀 잠이 든 어린것은 백일이 지났는데도 좀처럼 웃지 않았다 ..

2008 필사 시 2021.01.20

고정희 유고시집...13.14.15

13 밥과 자본주의 푸에프토 갈레라 쪽지 히브리의 갈릴리 해변이 생각나는 푸에르토 갈레라 섬에는 메뚜기와 석청으로 밥을 삼으며 예루살렘 사발통문을 광고하는 세례 요한은 없지만, 그러나 산꼭대기까지 야자나무 잎사귀로 햇빛을 가리는 산들과 살아 소리치는 섬들이 밤낮으로 풀어놓는 파도소리와 그 속에 엎드려 사는 어민들이 있습니다 섬사람들은 아침마다 먼바다로 나가 망망한 대해 창파 한가운데 거기 푸르고 깊은 물살 위에 부챗살 같은 어망을 던지고 건져올리며 무지갯빛 비늘을 가진 고기떼와 함께 무공해 기쁨 무공해 슬픔 무공해 밥을 어획고에 저장합니다 그들이 목숨을 기대는 이 무공해 기쁨 무공해 슬픔 무공해 밥의 어획장에 누가 재앙을 밀반입시킬 수 있을까요, 어느 아침 나는 이곳에서 서구대륙의 에이즈 파도가 엄청난 ..

2008 필사 시 2021.01.20

고정희 유고시집...10.11.12

10 밥과 자본주의 행방불명 되신 하느님께 보내는 출소장 무릇 너희가 밥으로 사는 것이 아니라 영에서 나온 말씀으로 거듭나리라, 수수께끼를 주신 하느님, 우리 가 영에서 나온 말씀으로 사는 것이 아니라 미사일 핵 무기고에서 나오는 살인능력 보유자와 우리들 밥줄을 틀어진 자를 구세주로 받드는 오늘날 이 세상 절반의 살겁과 기아선상의 대하여 어떤 비상정책을 수립하고 계신지요 한나절을 일한 자나 하루 종일 일한 자나 똑같이 초 대 생계비를 지불함이 하늘나라 은총이다 선포하셨건 만, 반평생을 뼈빠지게 일한 자나 일년으르 혼빠지게 일 한 자나 똑같이 임금을 채불당한 채 밀린 품삯 받으로 일본으로 미국으로 다국적기업 뒤꽁무니 쫓아간 우리 딸들이 임금 대신 똥물을 뒤집어쓰고 울부짖을 때 당 신의 말씀은 침묵했습니다 ..

2008 필사 시 2021.01.20

신경림 시선집 1...52.53.54.55.56.57

누군가 누군가 나를 지켜보고 있다 새파랗게 얼어붙은 비탈진 골목길 비겁하지 않으리라 주먹을 쥐는 내 등뒤에서 나를 비웃고 있다 그 밤 나는 계집의 분냄새에도 취했었지만 1871년의 블랑키스를 애기하고 억울하게 죽은 내 고향 친구를 애기했다 누군가 나를 꾸짓고 있다 잠든 아이들 옆에서 오래도록 몸을 뒤채는 아아 그리하여 저 골목을 쓰는 바람소리에 몸을 떠는 내 등뒤에서 나를 꾸짓고 있다 오늘밤 그 무덤 위에 눈이 내릴까 누군가 나를 지켜보고 있다 08.01.08/ 아침 9시 1분 53 어둠 속에서 빗발 속에서 피비린내가 났다 바람 속에서도 곡소리가 들렸다 한여름인데도 거리는 새파랗게 얼어붙고 사람들은 문을 닫고 집 속에 숨어 떨었다 지나간 모든 죽음이 헛된 것이었을까 아이놈을 데리고 찾아간 산속 풀과 바위..

2008 필사 시 2021.01.20

신경림 시선집 1...46.47.48.49.50.51

46 강江 빗줄기가 흐느끼며 울고 있다 울면서 진흙 속에 꽃히고 있다 아이들이 빗줄기를 피하고 있다 울면서 강물 속을 떠들고 있다 강물은 그 울음소리를 잊었을까 총소리와 아우성소리를 잊었을까 조그만 주먹과 맨발들을 잊었을까 바람이 흐느끼며 울고 있다 울면서 강물 위를 맴돌고 있다 아이들이 바람을 따라 헤매고 있다 울면서 빗발 속을 헤매고 있다 08.01.05/아침 9시 39분 47 그 여름 한 사람의 울음이 온 마을에 울음을 불러오고 한 사람의 노래가 온 고을에 노래를 몰고 왔다 구름을 몰고 오고 바람과 비를 몰고 왔다 꽃과 춤을 불러오고 저주와 욕설과 원망을 불러왔다 한 사람의 노래가 온 거리에 노래를 몰고 오고 한 사람의 죽음이 온 나라에 죽음을 불러왔지만 08.01.05/아침 9시 41분 48 전설..

2008 필사 시 2021.01.20

고정희 유고시집...7.8.9

7 밥과 자본주의 새 시대 주기도문 권력의 꼭대기에 앉아 계신 우리 자본님 가진자의 힘을 악랄하게 하옵시매 지상에서 자본이 힘있는 것같이 개인의 삶에서도 막강해지이다 나날에 필요한 먹이사슬을 주옵시매 나보다 힘없는 자가 내 먹이사슬이 되고 내가 나보다 힘있는 자의 먹이사슬이 돤 것같이 보다 강한 나라의 축재를 복돋으사 다만 정의나 평화에서 멀어지게 하소서 지배와 권력과 행복의 근본이 영원히 자본의 식민통치에 있아옵니다 (상향∼) 08.0108/ 오후 17시 3분 8 밥과 자본주의 밥은 모든 밥상에 놓인 게 아니란다 아침이 찬란하게 빨래줄에 걸려 있구나 한국산 범패 소리가 너도밤나무 숲을 멱감기는 골짜기쯤에서 우리는 너도밤나무 잎사귀 같은 웃음소리를 내며 둥그런 밥상 앞에 둘러 앉는다 김이 모락모락 나느 ..

2008 필사 시 2021.01.20

고정희 유고시집......4.5.6

4 밥과 자본주의 아시아의 밥상문화 내가 거처하는 호스 슈 빌리지 아파트에는 종교학을 가르치는 인도인과 비파를 연주하는 중국인 그리고 시를 쓰는 한국인이 함께 모여 살고 있는데요 세 나라가 함께 모여 이야기를 나눌 때는 아시아가 하나라는 생각이 들다가도 서로 고픈 배를 해결하는 방식에는 동상이몽을 확인하게 됩니다 대저 밥이란 무엇일까요 인도 사람은 인도식으로 밥을 듭니다 더러는 그것을 손가락밥이라 말합니다 중국 사람은 중국식으로 밥을 듭니다 더러는 그것을 젓가락밥이라 말합니다 일본 사람은 일본식으로 밥을 듭니다 더러는그것을 마시는 밥이라고 말합니다 미국 사람은 미국식으로 밥을 듭니다 더러는 그것을 칼자루밥이라 말합니다 한국 살마은 한국식으로 밥을 듭니다 더러는 그것을 상다리밥이라 말합니다 손가락밥이든 젓..

2008 필사 시 2021.01.20

고정희 유고시집遺稿詩集 .......1.2.3편

고정희 유고시집遺稿詩集 모든 사라지는 것들은 뒤에 여백을 남긴다 제 1부 1 밥과 자본주의 평등하라 평등하라 평등하라 하느님이 펼쳐주신 이 땅 위에 하녀와 주인님이 살고 있네 하녀와 주인님이 살고 있는 이 땅 위에서는 밥은 나눔이 아니네 밥은 평화가 아니네 밥은 자유가 아니네 밥은 정의가 아니네 아니네 아니네 평등하라 펼쳐주신 이 땅 위에, 하녀와 주인님이 사는 이 땅 위에서는 하나 되라 하나 되라 하나 되라 하느님이 피 흘리신 이 땅 위에 강도질 나라와 빼앗긴 나라의 백성이 살고 있네 강도질 나라와 빼앗긴 나라 백성이 사는 이 땅 위에서는 밥은 해방이 아니네 밥은 역사가 아니네 밥은 민족이 아니네 밥은 통일이 아니네 아니네 아니네 하나 되라 펼쳐주신 이 땅 위에, 강도질 나라와 빼앗긴 백성이 사는 이 ..

2008 필사 시 2021.01.20

신경림 시선집 1....34.35.36편

34 벽지僻地 살얼음이 언 냇물 행길 건너 술집 그날 밤에는 첫눈이 내렸다 교정에 깔리던 벽지의 좌절 숙직실에 모여 묵을 시켜먹고 십릿길을 걸어 장터까지 가도 가난하고 어두운 밤은 아직도 멀어 서울을 애기하고 그 더러운 허영과 부정 결식아동 삼십프로 연필도 공책도 없는 이 소외된 교실 잊어버리자 우리의 통곡 귀로에 깔리던 벽지의 절망 그날 밤에는 첫눈이 내렸다 08.01.03/아침 7시 54분 35 산읍기행山邑紀行 장날인데도 무싯날보다 한산하다 가뭄으로 논에서는 먼지가 일고 지붕도 돌담도 농사꾼들처럼 지쳤다. 아내의 무덤이 멀리 보이는 구판장 앞에서 버스는 섰다. 나는 아들놈과 노점 포장 아래서 외국자본이 만든 미지근한 음료수를 마셨다. 오랜만에 보는 시골 친구들의 눈은 왜 이렇게 충혈돼 있을까. 말이 ..

2008 필사 시 2021.0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