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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이 운다 /한진현

집이 운다 한진현 한옥 한 채 지어놓고 기둥에 기대어 앉아 있으면 집이 스스로 고쳐 앉으며 울음을 뱉는다 그것은 관절이 꺾이는 신음 같은 울음이다 집의 울음이 있기 오래전에 나무는 저 혼자 충분히 울었다 산판에서 울었고 제재소에서 울었다 그 울음을 알아주는 목수의 거친 손바닥에서 한 번 더 울었다 백골*의 집이 운다 저 울음 끝에 시린 발이 따뜻하겠다 * 백골 : 한옥에서 단청이나 도색하지 않은 집 ㅡ시집 『비가 오니 용서하기로 했다』(두엄, 2023)

코스모스 /김사인 - 겨울 우포 /김주대

코스모스 김사인 누구도 핍박해본 적 없는 자의 빈 호주머니여 언제나 우리는 고향에 돌아가 그간의 일들을 울며 아버님께 여쭐 것인가 ㅡ시집『가만히 좋아하는』(창비, 2006) -------------------------------- 겨울 우포 김주대 언 살 수면을 찢어 늪은 새들의 비상구飛上口를 만들어 놓았다 출렁이는 상처를 밟고 새들이 힘차게 작별한 뒤에도 늪은 밑바닥까지 울던 새들의 발소리 기억하며 겨우내 상처를 열어 두었다 고향을 힘차게 떠난 우리는 언제 어머니 상처에 돌아갈 수 있을까 ㅡ『시와사람』 (2023, 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