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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hing ㅡ5분 /​​최문자​​

Nothing ㅡ5분 ​​ 최문자​ ​ 5분이 중요하다. 나와 싸우러 올 사람이 있었다 5분 후 그가 온다고 했다. 5분후 나는 그 사람에게 분명 성내야 한다. 초침이 깜빡거리며 5분은 온통 날카롭다. ​ 모든 흔들림과 정지 사이로 5분이 재깍거리며 걸어가고 있다. 5분에 고구마가 구어지거나 오이가 길어지지 않는다. 그래도 5분 안에 연인은 숨을 거두고 그 병원에선 세명이 더 죽는다. 5분을 기다리는 동안 TV 에선 갖 태어난 어린 말이 비린내 나는 태막 을 벗고 아므르 강가를 뛰었다 목마름을 느끼는 곳으로 간다. 불과 세 상을 딛은지 5분만의 일이다 5분은 깨지기 전 가장 진한 슬픔 숨을 팽팽하게 들이마셨다. 그는 5분 안에 내 입을 빨리도 가져갔다. 그 날 나는 성내지 못했다. ―계간『학산문학』(20..

카테고리 없음 2023.02.17

시계의 아침 /최문자

시계의 아침 최문자​ ​ 가끔 ‘정의’ 라는 말 두꺼운 텍스트 속에서 읽는다 내게 시간이 잘 도착하는 시계가 있다 내것 아닌 감정으로 시계는 가고 있다 나는 그 때 일을 시계에게 말하려고 했다 시계의 얼굴이 하얗다 질려있다 내가 나쁜 손을 잡으면 시계가 죽었다 나를 발견하듯이 깜짝 놀라며 시계를 발견한다 시계를 들여다 본다 12시였다 지난 토요일도 시계는 한 번 죽었었다 죽음 후, 숫자 1에서 12개의 뼈가 휘어져 있다 숫자 2는 1을 떠안고 까마득한 자전의 길을 떠난다 네가 나였으면 좋겠어, 네가 그 냥 너였으면 좋겠어 두 가지 감정의 바늘이 갈길 가면서 정하지 못하고 있다 숫자 1과 숫자2 사이 좁은 허공에서 조금 늦거나 조금 빠른 시간이 웃고 또 웃는다 한때 나는 자주 웃던 무례한 시계를 강변에 버..

개는 어디에 있나 /김기택

개는 어디에 있나 김기택 아침에 들렸던 개 짖는 소리가 밤 깊은 지금까지 들린다 아파트 단지 모든 길과 계단을 숨도 안 쉬고 내달릴 것 같은 힘으로 종일 안 먹고 안 자도 조금도 줄어들지 않는 슬픔으로 울음을 가둔 벽을 들이받고 있다 아파트 창문은 촘촘하고 다닥다닥해서 그 창문이 그 창문 같아서 어저께도 그저께도 그그저께도 그 얼굴이 그 얼굴인 주민들 같아서 울음이 귓구멍마다 다 돌아다녀도 개는 들키지 않는다 창문은 많아도 사람은 안 보이는 곳 잊어버린 도어록 번호 같은 벽이 사람들을 꼭꼭 숨기고 열어주지 않는 곳 짖어대는 개는 어느 집에도 없고 아무리 찾아도 개 주인은 없고 짖는 소리만 혼자 이 집에서 뛰쳐나와 저 집에서 부딪히고 있다 벽 안에 숨어 있던 희고 궁금한 얼굴들이 베란다에 나와 갸웃하는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