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 동시조♠감상해 보자 405

우리도 그래 /유미희

우리도 그래 유미희 깩깩깩 깩깩깩 청개구리가 울면 깨객 깩깩 맹꽁 깨객 깩 맹꽁 참개구리, 맹꽁이도 따라 웁니다. 쿠에 퀘퀘퀘 금개구리가 울면 깨객 깩깩 깨객 깩 청개구리, 산개구리도 따라 웁니다. 베트남에서 온 순오네 엄마 방글라데시에서 온 연서네 아빠 일하다 공장에서 다친 날 우리 동네 사람들도 다 같이 아파합니다. ―동시집『표범장지뱀, 너구나!』(초록개구리, 2021)

고라니에게 /정두리

고라니에게 정두리 살 곳을 찾아온 곳이 우리 동네 뒷산이었나 봐 더 이상 멀리 갈 데가 없었나보구나 강씨 할머니가, 애써 키운 묵정밭의 푸성귀 축낸 거 밤이면 징징 운다고 아침 내내 네 흉을 보았는데 안 들었음 좋겠어 이제 뒷산에 네가 있다는 걸 동네에서 아는 사람은 다 알아 얼핏 마주쳤을 때 겁에 질린 눈으로 잽싸게 달리는 너를 보니 우리랑 같이 살자고는 못하겠어 그래도, 동네 뒷산에 온 건 환영해 우리 잘 지내자. ―동시집『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라면』(답게, 2021)

생각 한 마리 /정광덕

생각 한 마리 정광덕 생각 한 마리를 사 왔어. 반려동물은 안 된다고 펄쩍 뛰던 엄마도 생각을 키우는 건 괜찮대. 생각을 어떻게 키울 거냐고? 생각을 키우는 건 간단해. 생각이 꼬리를 흔들면 와락 안아 주고 생각이 가르랑거리면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 생각이 칭얼대면 맛있는 글밥을 주고 그리고 한 가지만 더! 매일매일 생각과 함께 산책하면서 뒹굴고 춤추고 노래하며 글밥을 소화시키는 일 절대 잊어서는 안 돼. 어때, 너도 톡톡 튀는 생각 한 마리 키워 보지 않겠니? ―동시집『맑은 날』 (청개구리, 2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