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 동시조♠감상해 보자 405

거북이가 화장실 문을 똑똑 두드리는데 /장그래

거북이가 화장실 문을 똑똑 두드리는데 장그래 몸통 그리고 다리를 오리는 중인데 종이가 후다닥 화장실로 뛰어간다 얼굴은 겨우 반만 그렸을 뿐인데 엉덩이는 생각도 못 했는데 너무 급했나 보다 화장실을 어떻게 찾았을까? 눈도 없고 코도 없이 아차차 변기에 앉는 순간 엉덩이조차 없다는 걸 알았을 테지 그때 똑똑똑 화장실 문을 두드리는 거북이 토끼는 똥보다 더 급한 게 있다는 걸 알았지 허겁지겁 화장실을 나온 토끼 얼굴 그리러 간다 ㅡ『동시마중』(2021, 7∙8월호)

토끼 두 마리가 아침을 먹는다 /이화주

토끼 두 마리가 아침을 먹는다 이화주 하얗게 눈 내린 창밖을 보며 아침을 먹는다. "할머니가 어렸을 때 눈처럼 하얀 토끼를 키웠어." "당근을 주면 앞니로 오독오독 오독 이렇게 먹었단다." "할머니 이렇게 오독오독 오독 맛있다." 하얗게 눈 내린 아침 토끼 두 마리 우리 집 식탁에서 아침을 먹는다. ―『아동문학평론』(2021년 여름호)

개 세 마리의 밤 /김미혜

개 세 마리의 밤 김미혜 속눈썹으로 올라간 입김이 하얗게 얼어붙었어 어떤 사람들은 추운 밤을 개 세 마리의 밤이라고 한대 추운 밤이 오면 개 한 마리를, 더 추운 밤은 개 두 마리를 안고 잔대 더 더 추운 밤은 개 세 마리 엄마, 일찍 들어와 오늘은 코가 꽁꽁 어는 밤 개 세 마리의 밤이야 ―동시집『꼬리를 내게 줘』(창비, 2021)

바지락 /김숙분

바지락 김숙분 엄마가 하루 종일 갯벌에서 오리걸음 걸으며 바지락을 캐는 동안 망태 속 바지락들이 바지락바지락 바지락바지락 저녁에 갯벌에 긴 그림자 그리면서 집으로 가는 내내 망태 속 바지락들이 바지락바지락 바지락바지락 숙제도 다 못하고 잠든 나를 누가 깨우고 있나 했더니 내 머리맡 바지락들이 바지락바지락 바지락바지락 ―『열린아동문학』(2021, 가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