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북이가 화장실 문을 똑똑 두드리는데 장그래 몸통 그리고 다리를 오리는 중인데 종이가 후다닥 화장실로 뛰어간다 얼굴은 겨우 반만 그렸을 뿐인데 엉덩이는 생각도 못 했는데 너무 급했나 보다 화장실을 어떻게 찾았을까? 눈도 없고 코도 없이 아차차 변기에 앉는 순간 엉덩이조차 없다는 걸 알았을 테지 그때 똑똑똑 화장실 문을 두드리는 거북이 토끼는 똥보다 더 급한 게 있다는 걸 알았지 허겁지겁 화장실을 나온 토끼 얼굴 그리러 간다 ㅡ『동시마중』(2021, 7∙8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