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치미 /김시민 이달의 좋은 동시(2021년 9월) 시치미 김시민 수행 평가 준비로 밤늦게까지 리코더를 분 이튿날 아침, 엘리베이터에서 위층 아주머니를 만났어 나는 일부러 밝게 인사를 했지 “너, 늦게까지 리코더 불었지?” 인상을 쓰며 내게 물었어 “나도 그 소리 때문에 늦게 잤는걸요.” 모르는 척 시치미를 뗐는데 눈치 없는 리코더가 가방 밖으로 삐죽이 나와 있었어 ―『한국동시문학 회보』(제48호 (2021)) 동시 동시조♠감상해 보자 2021.09.06
H2O /김성민 이달의 좋은 동시(2021년 9월) H2O 김성민 -물 부족의 시작은 이랬다? 뽀글뽀글 뽀글뽀글(전화벨 소리) 딸깍!(전화받는 소리) 여보세요 응, 그래, 산소구나 어쩐 일이야? 수소야, 있지…… 좀 있다 나올 때 수소 두 개 갖고 나와, 알았지? 뭐? 야! 아, 진짜 열 받네! 자기는 나올 때 달랑 한 개 갖고 나오면서 만날 나보고 두 개 갖고 나오래 이게 정말 누굴 물로 아나 싫어, 안 나가! ―『동시마중』(2021, 5-6월호) 동시 동시조♠감상해 보자 2021.09.04
얼마나 답답할까 /김동억 이달의 좋은 동시(2021년 9월) 얼마나 답답할까 김동억 할머니 계시는 요양원은 육지 속 외딴 섬 코로나19 때문에 뱃길이 끊겼다 얼마나 외로우실까 보고픈 할머니 ―소백아동문학 제29집 『소백산 희방폭포』(2021) 동시 동시조♠감상해 보자 2021.09.02
도마뱀은 도마뱀 /임수현 도마뱀은 도마뱀 임수현 넌 어디까지가 너야? 난 꼬리 같은 건 없어 잘리면 그게 꼬리지 알고 보면 전부 꼬리지 알고 보면 전부 머리지 난 어디까지 나인지 궁금하지 않아 ―동시집『미지의 아이』(문학동네, 2021) 동시 동시조♠감상해 보자 2021.09.01
[김자미] 엄마는 외계인 엄마는 외계인 김자미 서른한 가지 맛 중에 내가 제일 좋아하는 아이스크림 엄마는 외계인 외계 음식을 만들고 외계 아들을 원하는 우리 엄마는 달달하지 않다 쿨 하지도 않다 나는 달달하고 쿨한 엄마를 찾아 하루에도 몇 번 냉장고 문을 연다 ㅡ동시집『천하무적 삼남매』(브로콜리숲, 2021) 동시 동시조♠감상해 보자 2021.08.30
바람도 자라서 /김영기 바람도 자라서 김영기 엉금엉금 아기처럼 기어다닌 봄바람이 여름내 푸름푸름 가으내 토실토실 어느새 칼바람 되어 빙판 위를 씽씽씽 ―동시조집『달팽이 우주통신』(아침마중, 2021) 동시 동시조♠감상해 보자 2021.08.24
사랑 /최춘해 사랑 최춘해 엄마가 마시던 물 컵에 물을 따라 먹으려는 순간 깜짝 놀란 엄마 "내 물 컵으로 먹지 마. 물 컵 따로 써." 나는 화가 나서 "내가 전염병 걸렸어요?" "엄마가 감기에 걸렸어.“ ―동시집『엄마가 감기에 걸렸어』(브로콜리숲, 2021) 동시 동시조♠감상해 보자 2021.08.03
대박 수박 /조영남 대박 수박 조영남 손톱만큼 작은 꽃 축구공만한 커다란 열매 한 통이면 온가족이 먹고 이웃집과 나누고 여름을 이긴다. ―『한국동서문학』(2021, 여름호) 동시 동시조♠감상해 보자 2021.08.03
쪼그만 풀꽃 /이준관 쪼그만 풀꽃 이준관 쪼그만 풀꽃이라도 향기는 멀리 가네 배가 고프면 꿀벌 찾아오라고 날개 지치면 나비 날아오라고 시무룩이 고개 숙이고 걸어가는 아이 보고 가라고 ―동시집『흥얼흥얼 흥부자』(고래책빵, 2021) 동시 동시조♠감상해 보자 2021.08.03
폼 나더라 /이오자 폼 나더라 이오자 시골 어느 마을에 개집이라 하는 것이 우리 집의 몇 배 방도 없는 나를 보고 개가 폼을 잡더라 짖을 때도 쿠왕~ 쿠왕~ 기가 살았더라고 ―『동시발전소』(2021, 여름호) 동시 동시조♠감상해 보자 2021.08.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