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 동시조♠감상해 보자 405

<동시>분홍 나팔소리 /이소영

분홍 나팔소리 이소영 놀이터 앞 빈터 개망초가 허리를 내주자 명아주가 어깨를 빌려주고 풀들도 이 손 저 손 줄기를 떠받친다. 덩굴 손 뻗어 조심조심 오르는데 여기저기 까치발 든 풀들 작은 힘 모아 밀어 올린다. 어느새 허리, 어깨, 팔 머리에도 분홍 나팔 올렸다. 빈터가 신나서 부는 분홍 나팔소리 아이들도 하나 둘 예뽀! 예뽀! 예쁘다 나팔을 분다. ―동시집『분홍 나팔소리』(한그루, 2021) 2021년 7월 21 오전 8시 24분

새들의 주택난 /이묘신

새들의 주택난 이묘신 걸어놓은 안전모자 안에 알을 낳고 벗어놓은 운동화 안에도 알을 낳았다 우체통 안에도 알을 낳고 차가 들락거리는 주차장 안에도 둥지를 틀었다 또 어떤 새는 지붕도 없고 벽 하나 없어 바람도 막아주지 못하고 풀포기 하나 없는 시멘트 바닥 위에 알을 낳았다 ―동시집『눈물 소금』 (걸음, 2021)

깍두기의 설움 /송명숙

깍두기의 설움 송명숙 할아버지 산소에 벌초하고 절을 하는데 -영감, 손주 절 받으니 좋수? 이담에 커서 장손 좋은 대학 가도록 지켜줘요. 할머니 기도는 언제든 형이다 나는 깍두기 필요할 때만 부른다. 심부름시킬 때 밥상 차릴 때 베란다 문 손잡이 망가졌을 때 가스불이 안 켜질 때 할머니가 필요할 때 찾는 난 깍두기 ―『동시먹는 달팽이』(2021. 여름호)